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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3일 14시56분

[지역의 재발견]<검고막다른> 우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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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를 만났다.

얌전한 무대 위에 작은 우주가 걸려 있었다.

거문고 연주자 두 명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은 무대에는 정갈한 바닥 위에 뭔가 오묘한 소우주가 걸려 있었다. 거문고 씬에서 각자의 음악세계를 탄탄히 구축해가고 있는 두 연주자의 조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한 연주자는 거문고를 ‘동(動)’적으로 거침없이 연주하고, 한 연주자는 거문고를 ‘선(線)’ 적으로 우아하게 연주한다. 딱 보아도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은 두 아티스트의 공연, [쿼드초이스] 에서 거문고하는 두 아티스트의 새로운 universe를 만났다.



#2. 動(동)과 線(선)의 만남

박다울은 누구인가? 에 출연하여 ‘국악계 이단아’라는 별칭을 얻으며, 거문고 줄을 끊는 파격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키셨던 그는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작에서 2021-2022 음악감독 등을 통해 전통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힙한 거문고 연주자이다. 박다울의 동선 키워드는 #루프스테이션과 거문고 #퍼포먼스와 거문고이다.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거문고가 지닌 주법과 악기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고민하고 연주하며 거문고의 가능성들을 새롭고 의외의 모습들로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서 거침없는 진격과 폭발력을 느끼기도 한다. 국립극장 2022 여우락페스티벌에서 보여줬던 에서 우리는 박다울의 거문고를 대하는 자세, 한계 뛰어넘기, 창작성에 대한 여러 시도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박우재는 누구인가? 술대를 들어 거문고 판과 줄을 내리 치며 연주되던 거문고를 클래식 악기인 비올라 활을 이용해 거문고를 부드러운 ‘선’으로 연주하며 또 다른 거문고의 음악적인 매력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는 연주자이다. 거문고와 마주한 그 오랜 시간동안 그는 선線적으로, 지속적으로 여러 작업을 해왔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무토(MUTO) X 입과손스튜디오 ’이었다. ‘무토(MUTO)’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 홍찬혁, 이디오 테잎 제제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입과손스튜디오’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판소리를 창작하는 데 주력하는 대표단체이다. 판소리 심청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뷰직(viewzic)’ 즉, ‘보이는 음악’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기도 했고, 판소리-미디어 아트의 입체적 만남으로 주목을 끌었던 작품 에서 박우재의 거문고와 입과손스튜디오의 소리의 만남에 무토의 미디어아트까지 가세하니, 공연 자체가 가히 환상적이다. 박우재의 동선 키워드는 #전자음악과 거문고 #활질과 거문고였던 것이다.



#3. 검고막다른.

서로 마구 다른 두 거문고의 상반되고 보충적인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은 두 사람이 함께 어떻게 나눠서 연주하고 서로 보완되게 연주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며 준비했던 무대이다. 끊임없는 리듬의 변화, 거문고의 연주법, 음색에 대한 탐구, 내면의 이야기, 소리의 파형들이 무대와 관객에게 전달되는 그 무형의 에너지 속에서 두 연주자의 현재 좌표를 읽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연주법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음악의 생성 원리를 배우죠. 그것을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떠난 사람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멋있는 항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그런 여정을 함께 떠나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공연준비 소감처럼 고독과 자유를 누비는 여행자로, 방랑자로 그들의 예술 좌표를 찍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공연 속에서 universe를 만나게 해 준 이 두 연주자의 앞으로의 동(動)과 선(線) 동선이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바이다. /하윤아(국립무형유산원 공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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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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