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8일 14시43분
[온누리]세월호 10주기를 보내며 <세가지 안부>
자식을 잃은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 아픔을 멍울처럼 지니고 산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만하자, 그만잊자’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나 역시 소아암으로 먼저 간 딸아이를 생각하면 그렇다. 애써 잊은 척 살고 있지만 그리움의 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월호 10주기 기억추모영화상영회와 분향소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10년째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1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사회에 분노해서, 잊지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슬퍼서, 지는 꽃처럼 이대로 4월을 보낼 수가 없어서...’
여러 이유로 세월호 10주기를 준비해 온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4월 14일 정읍연지아트홀에서 라는 영화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1편 기자들 스스로 묻는 안부 ‘그레이존’은 10년 전 참사 현장에 있었던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속보경쟁이 만든 전원구조라는 오보와 진도에서의 갈등, 트라우마, 정신적 고통 등 참사 현장의 소식을 전했던 기자들의 선택과 후회를 전한다.
‘너의 흔적이 나에게 건네는 말’. 2편 ‘흔적’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 창현 엄마와 호성 엄마의 지난 10년을 다룬다. 아들의 흔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어머니의 안부 .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무엇도 진실로 밝혀지지 않았다. 두 엄마의 시간도 참사 이후 10년 동안 그대로 멈춰져 있었다. 보는 내내 먼저 간 딸아이가 오버랩 되며 두 엄마의 흔적에 빠져 들었다.
세번째 영화 ‘드라이브97’은 참사에 희생된 친구와 생존한 친구, 그들의 삶을 영상으로 담는 친구, 스물여덟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편의 영화 모두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 내었다. 생존의 아픔을 견디고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가 동병상련이었지만 더 이상 앉아서 보고 있기가 고통이어서 ‘드라이브 97’을 보다 극장을 나왔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우리는 과연 한 발자국이라도 내디뎠는지, 무엇을 놓친 것인지는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안부를 묻는 영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다가가 위로했던 행동들이 정치적으로 오해될 것이라 여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답변했다.
교황은 로마로 귀국하는 날까지 가슴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있었다.
/오승옥(마을활동가 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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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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