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8일 11시22분

[금요수필]여생을 알차고 소중하게

김형중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몸짱들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부러우리라. 그런데 근육량이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겠지만 그 모습이 꼭 건강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뽀빠이의 근육질 심-볼은 볼록 솟은 알통인데, 그 알통이 만화에서는 힘의 상징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상완(上腕) 이두근의 윗부분이 찢어져(?) 말려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근육 파열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 보스턴의 데코니스 메디칼센터 연구팀의 결과에 의하면 젊은 여성이 무리하게 체지방을 빼면 무월경과 불임을 유발할 수 있고, 골다공증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했다. 근육운동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과잉섭취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면서 고지혈증과 혈액순환 장애, 심장질환과 동맥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년층에게는 근육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근력(筋力)은 30세까지는 증가하다가 80세 전후가 되면 50%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65세 이상의 나이에 근력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교해 사망률이 약 30% 정도 감소하고,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률도 30% 정도 줄어든다고 하니. 백세시대를 함께하려는 자, 오늘부터 근력운동을 시행해보면 어떨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처럼 빠르게 늙어가고 빠르게 줄어드는 인구 현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2023년 7월 말 현재(*통계청 발표- 915만 명. 전체인구의 약 18%) 1,000만 명 돌파가 목전에 다가왔다고 한다.

우리 문화에는 연장자의 체면을 살리거나, 받드는 ‘나이대접’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먹은 나이만큼 내적으로는 성장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즉 중장년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가을’에 해당하는데, 가을은 알차고 튼실하게 영근 열매들을 수확하는 계절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르신 호칭을 받는 노인도 그만큼 완숙(完熟)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옛날부터 나이에 어울리게 살라고 했다. 혹여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언행을 취하는 행위를 보고는 ‘나이 값도 못하네.’ 예전에는 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남의 나이’라 했다. 이 말의 뜻을 풀이해보면 오래 살았으니, 주위 사람의 삶에도 도움이 되라는 말일 것이다. 싫든 좋든 저절로 먹어가는 나이라 하지만 나이를 드는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제 몫을 다하는 것도 과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5세(※한국일보.2022.7.27일자 8면 보건복지부 발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 다음이고, 자살사망률은 세계 1위다. 보건의료 인력 숫자는 OECD국가 중 하위권이며,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국가 중 낮은 편이나, 전문의의 임금소득은 가장 높다고 한다. 우리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늘 수많은 사람과 만나며 함께 살고 있다. 직장에서, 단체에서, 출퇴근 길에서, 거리에서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까지 합해본다면 헤아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내 인생과는 아무런 관련이나, 관심도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으리라. 그런데도 늙어가는 인생에 스멀스멀 파고드는 고독은 단순한 숙명이라 여기기에는 너무나 외롭고 차갑게 다가올 것이다. 자신이 당해봐야 소중한 것을 알고, 잃어봐야 귀한 것을 안다고 했다. 지난 3년여 동안 펜데믹으로 인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았고, 고립된 현실이 얼마나 쓸쓸했던 가를 체험했다. 소중한 여생을 아름답고 더 건강하고 알차게 가꾸려면 지나간 날에 얽매이지 말고,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슬기롭게 살아가자.

김형중 수필가는

'당신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외 3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전북문학상과 전북수필문학상, 완산벌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행촌수필문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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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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