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04월 17일 17시10분
식사 하지도 않고 배탈 협박…잡고 보니 ‘장염맨’
출소 후 두 달 만에 또 “배탈 났다” 사기전국 업주 418명 속여 9,000만원 편취
손님의 항의전화를 받은 건 지난 2월이었다. 식사 후 일행 6명이 배탈에 걸렸는데 명절 연휴라 병원도 못가고 약만 먹고 버텨야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문제로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기 싫다던 수화기 너머 남자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약값 등을 요구했다. 업주는 사과와 함께 1인당 1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런데 이 무렵 소상공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업주는 400여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됐다.
“장염에 걸렸다”며 업주들을 전화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코로나19 확산시기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쳤던 이른바 ‘장염맨’과 동일 인물이다.
17일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상습사기 등 혐의로 A(3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전국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식사 후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고 속여 업주 418명으로부터 총 9,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휴대전화로 맛집을 검색한 뒤 가지도 않은 음식점에 협박 전화를 걸었다. 그의 전화를 받은 음식점만 3,000여 곳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보상을 거절하면 욕설과 함께 “영업정지 시키겠다”고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생계가 달린 업주들은 결국 A씨 요구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합의금 명목의 돈을 이체했다.
피해 업주 진술 등을 확보한 경찰은 지난 12일 부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붙잡았다. 편취한 합의금은 생활비와 인터넷 도박 자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이와 비슷한 전화를 받은 경우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CCTV 확인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업주들에게 450만원을 편취했다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범행은 출소 두 달여 만에 다시 이뤄졌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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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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