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7일 14시23분
[오늘의 길목]결국 리더십이 문제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곳에서 피라미드형 권력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피라미드형 권력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최고 책임자의 리더십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
이번 총선은 국민이 바라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용산의 대통령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광역이나 기초 자치단체의 리더들도 매우 주의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비전없는 우왕좌왕, 소통없는 일방적 권한행사에 대해 경종을 넘어 퇴출시킬 수도 있음을 확실하게 경고하고 있어 그렇다.
국민이, 그리고 시민이 원하는 이 시대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모아낼 미래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온 과거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차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과거의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문제들 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고 이미 때를 놓친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도 정권이 교체되면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의 역량을 모으기 보다는 과거의 것을 지우는 일에 더 몰두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지역의 역량은 파편화되어 정치적 원심력에 따라 분산되곤 한다.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중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리더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꿈과 비전을 제안하고 그것을 모두가 자신의 꿈과 비전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는 보스 기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진 운명공동체로 만드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또 하나의 측면은 리더가 사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리더들이 흔히 행하는 인사 방법이 코드인사라는 것이다. 코드인사는 리더가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드인사는 모든 정책적 발상이나 아이디어가 리더로부터 내려와야 하므로 그만큼 리더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금 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가 매우 복잡하므로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은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의견개진과 소통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리더가 자신의 코드에 따라오도록 강제하기보다는 각자의 전문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고 그 안에서 소통하려는 태도를 갖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또 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해서도 실현하기 어렵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 즉 사고의 이종교배를 통한 융복합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좋은 리더는 지금 모두에게 가장 적절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의 태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리더십이 지금도 효과적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히딩크리더십, 이순신리더십, 세종리더십, 서번트리더십 등 시대마다 새로운 리더상이나 리더십 유형이 등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의 문제를 각자가 아닌 공동으로 해결해가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리더십은 우리 모두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지난 수십년 동안 속시원한 적이 없던 우리 지역의 경우 더더욱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의 리더는 대통령처럼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의 마지막 업무가 아니라 이 일로 큰 업적을 이루어 더 큰 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가진 분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분이라면 찻잔 속 인물들과만 소통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유비가 삼고초려로 공명과 소통했듯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소통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않으시겠는가./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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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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