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5일 08시13분
[사설] 목재 문화재, 화재로부터 보호해야
김제 망해사에서 화재방재시스템 구축해야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와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 지정유산으로 지정을 예고했던 김제 망해사에서 불이나 극락전 등이 모두 불탔다. 망해사에서 불이 난 건 그제밤 11시 20분 쯤. 이 불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극락전과 석가모니불 등이 전소됐다. 망해사는 백제 의자왕 때 창건한 사찰로 소실된 극락전은 1984년에 지은 비지정 문화재이며, 낙서전은 전북 문화재자료 128호로 지정돼 있다.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한 낙산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때 화재 피해를 입어 사찰 내부 대부분 문화재가 소실됐다. 이로 인해 문화재청은 낙산사를 복원하기 위해 김홍도(1745~1800년대 초 사망 추정)의 ‘낙산사도’를 참고해 문화재 복구에 힘썼다. 이후 2015년에 이르러서야 화재로 손실된 사찰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은 원본 대부분이 불에 타버리고 말아서 복원한 동종은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2021년 3월엔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가 건립 이래 네 차례나 화마 피해를 보는 수난을 당했다. 잿더미로 변한 내장사 대웅전을 보는 승려들과 지역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금산사 경내의 제일 뒷편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대적광전은 이 사찰의 중심이 되는 불전으로, 1986년 12월 원인모를 화재로 인하여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1988년 복원에 착수, 지금은 원형대로 완전 복원됐다.
전북지역의 상당수 목조문화재가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화재 발생시 짧은 시간에 소실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다. 화재 발생시 착화를 지연시켜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염처리는 목조문화재 보호에 필수적이지만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숭례문·낙산사 등이 화재로 전소됐지만 여전히 전국 135개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방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초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전소 위험이 높아 방재시설이 필수적인 목조문화재들이 화재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북구을)이 지난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방재시설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재시설(소화시설·경보시설·방범설비)이 완비되지 않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135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목조문화재가 화마에 소실될 경우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만큼 조속한 방재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목조문화재에 대해 방재시스템을 일괄 구축하고 싶어도 예산 소요가 커 어려움이 많다. 2008년 숭례문 화재처럼 또다시 소중한 문화재를 잃는 일이 없도록 화재 위험이 커지는 봄과 겨울철을 대비해 방재를 서둘러야 한다. 문화재가 훼손되면 막대한 복원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보험 가입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면 : 2024-04-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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