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4일 14시19분
[온누리]봄, 팔레스타인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유일신 야훼를 믿으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던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사상이 강했다. 그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근친혼으로 유전병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다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황제만을 숭배하는 상황에서 신은 용납될 수 없었다. 여기에 같은 유대인 출신 예수가 나타나 만민 사랑을 설파했다. 선민인 그들의 가치와 배치되는 교리를 용납할 수 없어 유대인 총독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한다. 그런 박해에도 카타콤 같은 곳에서 몰래 예수를 믿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크리스트교를 인정함은 물론, 로마의 국교로까지 삼는다.
로마의 학대에 시달리다 유대인들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는 디아스포라로 이어진다. 더구나 예수 처형으로 신을 죽인 민족으로까지 낙인이 찍혔다. 직업도 자유롭게 가질 수 없어 고리대금업이나 전당포 등으로 전전했다. 이게 오늘날 금융계에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큰 계기이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돌아 인구 1/3이 죽었다. 전염병인데도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며 학살을 자행했다. 그만큼 유대인이 싫었다. 16세기 중반 합스부르크왕가는 ‘게토’라는 분리지역을 두고 장벽과 철조망을 치고 유대인들을 가두었다. 외출하려면 유대인을 표시하는 노란 마크를 달도록 했다.
1894년 프랑스에 드레퓌스 사건이 터진다. 드레퓌스가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였다. 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와 비슷하다는 것 외에 증거는 없었음에도 군법회의는 그에게 종신유형을 내렸다. 진범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까지 드레퓌스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였다.
이 사건으로 유대인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면서 박해와 차별에서 벗어나 그들의 옛땅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자는 시오니즘 운동이 출현한다. 시온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고어이다.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1차 세계대전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그 땅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도록 하겠다는 ‘벨푸어선언’을 하는 한편 아랍인들에게도 참전하면 독립시켜주겠다는 ‘맥마흔 선언’을 했다. 하나의 땅에 두 나라를 세우겠다는 계략이 갈등의 뿌리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이 죽었다. 그러자 시오니즘은 더 강해져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몰려들었고, 아랍인들의 반대에도 유엔이 영토 반분을 승인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다. 그러자 반대하던 아랍 국가들이 네 번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모두 패해 팔레스타인 지역 74%가 이스라엘 땅이 되었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부분 영토를 빼앗긴 채 높이 8미터의 보안 장벽에 갇혀 고립돼 있다. 희망이 없는 땅, 팔레스타인에 하마스 같은 과격단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공존을 택하지 않는 한, 아무리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한다 해도 제2, 제3의 하마스가 출현할 것이다. 봄날, 팔레스타인에도 온화한 봄볕이 스미기를 바란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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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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