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척사'의 변화 과정을 살펴봐
'사유의 한국사-위정척사(지은이 노대환, 펴낸 곳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천주교 수용 이후 일제 강제 합병 이전까지의 시기를 5단계로 구분하여 위정척사의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19세기 유림은 인의·도덕·신의 등 유학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당시 사회를 이해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가치는 약육강식의 논리와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근간이 된다. 유림은 ‘이(理)’라는 개념을 통해 위정척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는 인간 세계에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원칙을 의미하며, 유림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혼란한 세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당시 제국주의 세력의 강력한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 앞에서 유림의 노력은 한계를 드러낸다. 이들이 내세웠던 유교적 가치 또한 여러 문제를 내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림이 일관되게 제국주의의 논리를 비판하며 부당한 침략에 적극 저항했던 점, 인간 본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또 다양한 문제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놓지 않고 실천하려 했던 유림의 자세와 행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진다.
1단계인 18세기와 19세기 중반은 천주교의 사회적 영향력 증가에 따라 척사론이 등장한다. 2단계 병인양요 이후 신사척화운동기까지는 서양 세력에 따른 문호개방 심화로 척화(斥和)가 강조된다. 3단계 임오군란 이후 갑오개혁 이전까지는 정부의 개화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유림의 대립이 심화한다. 4단계는 갑오개혁 이후 러일전쟁 전까지로, 일본의 침투와 문명개화론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유림은 일본에 맞서는 동시에 국내 개화 계열과 논쟁을 벌인다. 5단계는 러일전쟁기 이후 국망 이전까지로 유림의 국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조명한다. 각 단계를 거치며 위정척사는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대 조류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속에서 분명한 한계와 의미를 노출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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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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