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08일 08시48분
영혼의 내비게이션
[책마주보기]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 혁명'(기혜영)
호킨스 박사는 ‘신체운동학’이론에서 근육이 심리 상태에 따라 일관된 반응을 나타낸다는 점에 착안해서 ‘의식 지도’를 만든다. 근육테스트에서 사람들은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한 반응을 나타내고,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약한 반응을 나타냈다. 무작위로 선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20년에 걸친 임상 테스트의 축적으로 세상에 내놓은 의식 지도에서 박사는 의식과 행동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더하여 의식이 인간 삶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부랑자를 보았을 때 수치심이나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의식 수준이 낮고, 연민과 포용 등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면 의식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이때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은 부랑자를 위한 시설 계획, 구제책 마련 등 실제적인 행동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때문에 사회 전반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릴 때 삶의 질도 높아지게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처럼 의식 지도를 통해 의식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박사는 인간 행동의 숨은 결정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힘과 위력이 그것인데, 흔히 우리의 삶이 위력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호킨스의 주장대로라면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된 ‘힘’이다. 마하트마 간디와 히틀러에게서 알 수 있듯 힘과 위력의 차이는 극명하다. 간디의 힘은 생명을 지지하는 영적인 것과 연결된 긍정적 에너지를 생성하는 반면, 히틀러의 위력은 죽음과 나약함을 의미하는 부정을 나타낸다.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는 문제의 해결은 부정적인 것을 공격하는 데서가 아니라 긍정적인 것을 육성하는 데서 일어난다. 호킨스에 따르면 지혜란 존재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탈피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혜로운 존재의 힘과 인류 일반의 감정적 영적 발달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호킨스 박사는 위력의 구속에서 벗어나 잠재된 힘을 발휘할 것을 주장한다. “어느 환자든, 불구가 된 겉모습 뒤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의 빛나는 본질을 보았다”는 호킨스 박사의 한 마디는 그의 연구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더하여 평생을 영성에 대한 저술과 강연에 받쳐온 저자의 순수한 열정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과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의식연구의 과학화라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출발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심리학계에서도 정신의학에서도 주류가 아닌 듯하다. 때문에 호킨스의 이론은 고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의 영적 의식 수준을 언급한 그의 목소리는 영혼의 내비게이션이지 싶다. 그가 안내하는 인간 내면의 잠재된 힘의 지도에는 21세기를 견인하는 인간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혜영 작가는
김제 청하 출생으로 '전라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상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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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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