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04일 14시53분
[전북의 창]김제 성산과 후백제
김제 성산은 전라북도의 백제와 후백제사의 연결고리 찾는 열쇠
그리고 성산성은 백제 때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과 석성이 있어 성산(城山)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삼국통일 전쟁 때 당나라 원병이 백제와 싸우기 위해 토성을 쌓았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하여 백제부흥운동 당시에도 백제부흥군의 임시수도로 역할을 했던 곳이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백제 부흥운동사에 있어 당시 성산성의 상황은 일본의 사서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주류성은 「방어하기는 쉽고 공격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지이지만 「농사짓는 땅과는 거리가 멀고 돌이 많고 척박하여 농사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주류성에서 멀지 않은 피성(성산성)으로 천도하였다는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그 직후 신라군의 공세에 밀려 다시 주류성으로 돌아왔지만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김제 성산성 일원은 백제 부흥군이 임시수도로 삼을 정도로 나당연합군에 반기를 들었던 지역이라는 것이다.
성산성이 피성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은 풍장왕과 좌평 복신등이 사이노무라지와 에치노하타노 타쿠츠와 의논하는 대목「피성은 서북쪽에 고련단경(古連旦涇)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깊은 진흙과 커다란 둑으로 된 제방이 자리하고 있으며, 땅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랑을 터뜨리면 물이 쏟아진다. 꽃과 열매가 있는 나무에서 얻는 토산물은 삼한에서 가장 기름질 것이며, 옷과 음식의 근원은 천지 사이에 숨어있는 곳일 것이다. 비록 낮은 땅이라고 하지만 어찌 옮기지 않겠는가?」라는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서북쪽의 고련단경은 만경강 자락의 물줄기를 말하며, 동남쪽의 깊은 진흙과 커다란 둑으로 된 제방은 벽골제를 말한다. 당시에는 만경강의 물줄기가 성산 가까이 있었으며, 벽골제 앞은 갯벌(진흙)이었다는 것이 시·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커다란 제방은 벽골제를 말하며, 벽골제가 해발 4m~5m의 낮은 땅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피성은 성산성을 말하는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드디어 위와 같은 가설들을 밝혀내기 위해 성산을 중심으로 학술발굴조사를 시행한 결과 백제 부흥운동 뿐 아니라 후백제의 서부해안권을 방어하던 요충지 였을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다. 즉, 기단석렬과 이를 이용한 판축 기법이 홍성신금성, 천안 목천토성, 김해 고읍성, 나주 회진토성 등 나말여초기 토성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축조 양식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견훤은 군사전문가이며, 36년간의 후백제의 상황이 상시 전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성산성은 후백제 시기에도 증축된 산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성산성 또한 고대사회에서는 만경강 자락을 통해 서해와 바로 통할 수 있는 곳이자 해상교통의 최적의 장소에 위치해 이곳에서 출토된 ‘官’ 자명 명문 기와를 통해 중요한 국가시설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성산성에 유난이 출토량이 많은 선문기와는 김제 귀신사, 김제 장화동 수혈유구, 정읍 고사부리성 집수시설, 전주 동고산성, 전주 찰방유적, 익산 저토성 등에서 출토된 바 있으며 이들은 모두 9~10세기 무렵일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들은 모두 후백제와의 연계성을 간과할 수 없다.
성산성 일원을 비롯한 후백제 서부평야권 일대의 성지(城地)는 사실상 국가방어 뿐 아니라 오월과의 교류적 거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군산 불주사 금동불입상, 김제 옥산리 금동불입상, 익산 심곡사 칠층석탑 출토 금동불입상의 원형 좌대 형태와, 세장한 비례, 편불화 현상 등은 하나같이 오월국의 수도 항주 명은사 경당 오존불, 소주 호구탑 금동좌불상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는 모두 후백제 수도권인 전주 인근의 서부 평야지대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점과 당시의 해상교통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백제 유민의식’과 ‘지리적 환경’을 바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김제 성산 일원의 제 가치를 찾는다면 전라북도의 백제와 후백제사의 연결고리가 더욱 풍족하게 확장될 것이다./백덕규(김제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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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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