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04일 10시43분
[사설] 쪽방촌 비극은 우리 모두의 잘못
남노송동 쪽방촌 화재로 60대 거주자 사망전북 30년 이상 노후 다가구주택 921채
최근들어 서울역 주변 쪽방촌 건물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 공간에서 또다시 발생한 비극에 쪽방촌 환경 개선과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소방서 쪽은 방 안에 켜져 있던 가스 버너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별 부엌은 물론이고 공동 부엌까지 없는 쪽방들이 많아 방에서 조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 평 남짓의 작은 방이기에 물건이 많이 쌓여 있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난달 28일 새벽, 전주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폐지를 수거하며 ‘달방’(한 달 치 숙박비를 내고 투숙하는 방)에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졌다. 불은 지은 지 수십 년 된 건물 내벽을 타고 순식간에 2층까지 번져 새벽잠에 빠져있던 피해자를 덮쳤다. 불이 난 다가구주택은 노후 건물로 10여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방은 6.6㎡(2평) 크기로 비좁고 한눈에 봐도 낡아 보였고, 화재 현장 한쪽에는 세탁 후 말리던 옷가지들이 검게 타 있었다. 숨진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월세 10만원을 내며 근근이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집 밖에는 타다남은 폐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다가구주택은 사실상 가난한 독거노인과 외국인이 사는 비좁은 ‘쪽방촌’이었다. 가장 구석진 방에 살던 A씨는 다리가 불편해 혼자 힘으로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해, 뒤늦께 구조됐지만 연기를 많이 마셔 숨졌다. 쪽방촌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골목이 비좁아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소방 장비도 부족해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도엔 30년 이상 노후 다가구주택은 921채로 조사됐다. 대부분 전주 지역에 집중됐으며 전주 774채, 익산 41채, 남원 39채, 군산 20채, 정읍 15채 순이었다. 마찬가지로 설치 의무에서 벗어난 노후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 주택 등을 포함하면 3,702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 전북소방과 각 지자체는 매년 예산을 들여 소방시설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1990년대 말 지하 쪽방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고시원과 쪽방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불이 나도 매번 그냥 넘어가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게 문제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적정 주거에 대해 강행력 있는 주거안전기준을 도입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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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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