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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3월 21일 15시53분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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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1~5(지은이 윤흥길, 펴낸 곳 문학동네)'은 21세기를 빛낼 새로운 고전 집필에서 탈고까지 25년, 거장 윤흥길 필생의 역작이다. 작가 인생 55년, 윤흥길 필생의 작품집으로 자그마치 원고지 6500매, 출간 도서 기준 2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작으로, 집필부터 탈고까지 25년간의 대장정 끝에 2024년 비로소 완간됐다. '장마', '완장', '황혼의 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으로 이미 한국문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윤흥길이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써내려간 '문신;은 한 작가의 대표작을 넘어 21세기를 빛낼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우리말의 무한한 보고이자 시대상을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풍자와 해학으로 통렬하게 그려낸 '문신'은 이례적으로 완간도 되기 전에 윤흥길 작가에게 박경리문학상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경리문학상은 국내 최고 수준의 상금을 수여하는 세계문학상으로 이스마일 카다레, 리처드 포드, 응구기 와 티옹오, 아모스 오즈, 최인훈 등이 수상한 바 있다.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인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그리고 갈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혼돈으로 가득한 시대,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과해나가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도출해낸다. 누군가는 자유를 위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고, 누군가는 사상을 위해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으며, 또 누군가는 보신을 위해 “덴노헤이까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시대. 작가는 같은 시대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손에 만져질 듯 생생히 그려냄으로써 등단 후 55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낸 거장만이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 통찰을 희극적이면서 동시에 비극적인, 장대한 서사로 그려내는 것 또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제목인 ‘문신’은 전쟁에 나갈 때 반드시 살아서 가족들에게 돌아오고 싶다는, 죽을 경우 시신으로라도 고향에 돌아와 선영에 묻히고 싶다는 비원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에서 왔다.

지은이는 1942년 정읍에서 출생.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창작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박경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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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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