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1일 14시35분
[기고]대학가의 비윤리적인 부정행위, 이대로 괜찮은가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선배나 친구들을 통해, 또는 관련 업체 사이트에서 시험문제와 족보, 레포트들이 전해졌다.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공 또는 교양과목 시험문제나 족보, 보고서 형식이나 작품 형태로 제출하는 과제물 등을 금전거래를 하기도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나 포털 등에서 과제대행 업체가 성행하고 대학별로 있는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시험문제, 족보, 과제물에 대한 매매글을 볼 수 있다.
“****의 이해 과제 사실 분, 쪽지 주세요”, “*** 과목 강의노트+과제+시험족보 팝니다”, “*** 교수님 교양과목 만점 맞은 레포트 팝니다” 등 ‘비윤리적 창조경제’ 활동이 성행 중이다. 특정 대학교가 아닌 현재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필자가 이러한 매매 활동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다른 사람의 노력과 지식으로 얻은 성적이나 성과는 정당한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다. 불공정한 경쟁과 함께 실력이 아닌, 외부에 기대어 성과를 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타인이 작업한 결과물을 도용하거나 돈을 주고 사서 얻은 학습의 성과는 당연히 실제로는 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며, 스스로의 발전을 저해한다.
세 번째로, 대학교나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해 관련 학칙을 마련해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위치한 A대학교 학칙에는 ‘일단 인정한 학점이라도 착오 또는 부정행위에 의하여 인정되었을 때에는 이를 정정 또는 취소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 B대학교와 C대학교의 경우에도 인정된 학점이라도 학점이 착오 또는 부정행위에 의하여 인정되었을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도내 대학교에서는 학칙에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최근 춘천의 한 대학교에서는 시험에 답이 적힌 쪽지를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가 적발된 학생 9명이 경찰조사를 받았다. 근처 다른 대학교의 경우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이 비대면 시험임을 악용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고 답안지에 기표도 같이 한 것이 적발되어 학생 30명에게 F학점이 부여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배우 황정민의 대사인 실패하면 쿠데타, 성공하면 혁명 아니냐는 대사를 인용한 “실패하면 빵점, 성공하면 에이쁠 아닙니까!”라는 웃지 못할 말이 유행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안 걸리면 그만 아니냐며, 사는 사람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보장된(?) 학점을 얻을 수 있고, 파는 사람은 경제적 이득을 보기에 윈윈이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윤리적인 행위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행동은 절대 아니다. 때로는 법적인 문제와 징계가 기다리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위해 온 대학에서 노력 없이 얻은 학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희수(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3-26 11면
http://sjbnews.com/8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