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20일 14시36분
[오늘의 길목]시민 문화향유체계,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지역정책은 사람은 어떻게 지낼 때 행복한가.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은 어떨 때 만족감을 느끼는 지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파헤쳐 인간욕구의 5단계설로 정리해 명성이 자자한 심리학자 매슬로우(A.H.Maslow)는 인간은 아주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해결하고 나면 안전하게 사는 것, 좋은 사람들과 애정을 교환하며 소속감을 느끼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 그리고 이런 것들이 충족되면 마지막 단계로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단계로 나아가길 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매슬로우의 이론은 인간을 만족시키며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동기를 높이고 그 결과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많은 영역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슬로우의 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나누고 공감을 키워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런 삶은 어떤 영역에서 실천가능한 것일까. 인간의 다양한 활동영역 중 이런 삶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는 영역은 문화적 영역으로 이런 삶을 구체화해가는 활동을 문화활동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한 삶이 가능한 지역을 만들고자 한다면 생존에 필수적인 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시민의 상위 욕구를 해결하는 문화적 여건을 만들어가는 일도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의 문화적 여건은 어떠한가? 현대사회에서 시민은 문화를 단순히 남는 시간 때우기, 교양있는 사람되기 정도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삶과 지역사회를 더 나은 조건으로 바꾸는 계기이자 기회로 활용하는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어가고 있는 은퇴자들은 과거에 비해 심리적으로 훨씬 더 젊고 활동적이어서 다양한 취향과 개인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문화활동을 전개해 가고자 한다. 또 3만불이 넘는 국민 소득수준 덕에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원하는 문화적 수준도 높아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 문화향유체계는 20년 전의 상황에서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문화시설이나 공간은 크게 늘어났지만 제공하는 콘텐츠나 프로그램은 여전히 과거의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문화적 다양성도 없이 천편일률적이다. 시설이나 공간만 다를 뿐 프로그램은 다 거기서 거기이며, 맛보기 수준의 초급과정만 매해 반복하고 있다. 이는 시민을 수동적인 문화적 수급자로 여겨 공급자들이 관행적으로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시민은 훨씬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문화적 취향과 태도로 크게 분화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려면 지역이 공급하는 문화프로그램도 다양한 문화적 취향과 수요계층에 맞춰 취향별로 수준별로 분화되어 공급되어야 한다. 이는 문화재단이나 관에서 운영하는 기관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지역의 다양한 민간기관이나 단체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므로 민간 문화단체나 문화공동체, 전문인력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을 지역문화정책의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더불어 시민들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함께 나누며,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나가는 활동이 가능하도록 시민 문화향유체계의 의사결정방식과 사업 전개방식의 전환을 함께 추진해가야 하겠다./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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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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