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3월 19일 14시51분
[오늘과내일] 방광염 예방과 치료의 정석(定石)
방광염 환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입니다. 남자 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는 남녀 비뇨생식기의 해부학적 구조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방광염의 원인이 되는 대장균은 용변 때 항문으로 배출되고 요도를 통해서 방광으로 침투합니다. 그런데 남자는 요도 입구와 항문이 천리처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은 성병 등과 같은 요도염에 걸리지 않는 한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항문과 질 입구, 요도 입구가 밀집돼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질 입구와 요도가 대변으로 오염되면 대변속의 대장균이 쉽게 방광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은 대소변 후 비데 사용과 상관없이 화장지로 뒤처리를 할 때 요도입구에서 항문 방향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만약 반대로 한다면 요도 입구에 대장균을 묻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를 정리하면 용변 후 화장지 사용법에 남녀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여자는 소변이나 대변을 본 후 꼭 앞쪽에서 뒤쪽으로 닦는 게 정석입니다. 반면 남자는 요도와 항문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앞쪽에서 뒤쪽으로 닦든, 뒤쪽에서 앞쪽으로 닦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연유로 배변 후 여성의 화장지 사용법과 방광염은 일부 개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광염은 가끔 과민성 방광과 혼동됩니다. 잦은 소변을 호소하는 여성이 병원을 찾으면 기본적으로 소변검사를 합니다. 이때 소변 채취가 잘못돼 세균성 방광염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의 요도입구는 질 입구 상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백혈구나 적혈구가 포함된 질 분비물의 일부가 소변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로 검사가 이루어지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변 채취 때는 질 분비물에 의한 오염 예방을 위해 요도 입구를 잘 닦아야하고 처음 나오는 소변은 버리고 중간 소변을 받는 게 보다 정확한 검사 방법입니다.방광염은 성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성의 질에 있던 세균이 성행위로 인해서 요도입구로 이동, 감염을 일으켜서 신혼여행 후 발생하는 허니문 방광염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첫날밤을 치른 신부가 다음 날 수없이 화장실을 오가면서 소변을 볼 때마다 통증을 느끼면 틀림없는 허니문 방광염입니다. 방광염 예방과 치료에는 3가지 정석(定石)이 있습니다. 첫째는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배변 후 화장지 처리는 앞에서 뒤로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성 행위가 끝나고 나면 즉시 화장실로 달려가서 비누거품을 일으켜서 질과 요도 입구를 깨끗하게 씻어 내고 소변을 시원하게 봅니다. 셋째는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하여도 상당수의 방광염은 예방이 가능 합니다. 방광염의 원인균인 대장균은 대장에서 살면서 오랜 세월 동안 복용되었던 각종 항생제에 노출된 관계로 웬만한 항생제에
대하여는 내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방광염 치료법은 간단합니다. 포스포마이신 항생제인 모누롤을 처방합니다. 잠자기 직전 공복 상태에서 소변을 본 뒤에 물에 타서 마십니다. 2일 간격으로 세 번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가 잘 됩니다. 복용 후 가끔 설사를 동반하지만 복용을 중지하면 곧 멎으며 사용법이 간편합니다. 임산부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고려되지만 노인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고 세균에 대한 내성도 적어서 일차 치료약으로는 안성맞춤입니다./두재균 (전주 소피아여성의원 원장)
지면 : 2024-03-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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