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8일 14시12분
[경제와 미래]명품 바잉(Buying)
사치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왕족과 귀족들이 어떤 가치와 사상을 갖고 문화를 향유했는가에 따라 좌우되었고, 산업혁명 이후 근현대사는 상류층 또는 권력자 등에 의해 그 방향이 결정된 것이 사실이다. 과거 럭셔리 시장은 쥬얼리, 패션, 가방, 일부 자동차 브랜드 정도가 일반적이었으나, 신생 럭셔리 시장의 다양성을 살펴보면 고급 와인, 커피, 초콜릿, 샴푸 등 중산층이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품목들로 경쟁적으로 증가했다. 럭셔리 시장의 성장에는 그만큼의 여력을 가진 다양한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품의 시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통해 엿볼수 있을텐데 피렌체에서 시작된 메디치 가문은 급기야 교황 및 왕비까지 배출해 내다보니 그 위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모하여 밀라노에서 그 진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의 경우 당시 왕족의 치장은 전 유럽으로 유행하여 확산되었으며 부르봉 왕가가 멸족한 시대에도 문화적인 대를 이어 파리는 현재도 세계 명품 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럭셔리로 대표되는 양대 도시의 제품을 소비해주는 강력한 시장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이 있기에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거대해져 가는 만큼 올바른 소비에 대한 심도있는 교육도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인지심리학에서 명품 중독에 대해 논의할 때 자아 증진, 사회적 지위 향상, 보상, 자아 표현 등 다양한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강조되어 소비자가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소비자의 재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문제의 부작용이 야기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반하여 명품 소비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소비자의 개성과 자아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며 이른바 짝퉁과의 차별화로 높은 수준의 품질과 내구성을 제공받아 장기적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경제적인 기여도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디자이너, 제조업체, 소매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더불어서 일부 명품 브랜드는 예술과 문화를 후원하고 지원하여 문화와 예술 활동을 지속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를 소비함으로 인해 차별화되고 특권을 누린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명품 생각과 사상, 명품 건강의 유지, 품위와 품격이 있는 가족과 사회, 국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명품 인류가 되는 척도(尺度)가 아닐까 사유해본다.
/배문철(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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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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