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1일 14시33분
[온누리]선생님!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이란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마땅한 직함이 없으면 그냥 부르는 단어가 되었다. 먼저 선(先)에 날 생(生), 먼저 태어난 사람을 선생(先生)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세상의 이치를 먼저 깨달은 분을 통칭 선생님이라고 하며, 여기에는 나이 순서가 없다.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객관화된 내용의 답이 막힘없이 무불통(無不通)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이러한 분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학교나 그 외의 현장에서 각자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고 알게 된 것을 가르치니 당연히 이분들은 선생이며, 그것을 배우는 이는 제자가 된다. 거기에다 선생의 인품까지 훌륭하면 인생의 멘토이자 스승이 되어 그분의 뒤를 따라간다. 그래서 진짜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사사여친(事師如親)하야 필공필경(必恭必敬)하고,
선생시교(先生施敎)어시든 제자시칙(弟子是則)하라.
스승 섬기기를 부모님같이 하여 반드시 공손하고 반드시 공경하며,
선생님이 가르침을 베푸시거든, 제자들은 이것을 본받아라.
이러한 내용은 이제 시대 타령 속에 묻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귀한 골동품이 되어가는 현실이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되어 몸과 머리가 편리해지는 것에 능숙해졌다. 세상의 속력은 빨라져만 가고, 마음의 속도는 불안정하여 제어할 수 없는 평행선으로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또한, 학생에 대한 인권은 중요시되고, 선생에 대한 교권이 침해되어 교단에서의 권위는 떨어져만 간다.
절대적 빈곤에서 상대적 빈곤의 사회는 의식주 차이를 좁혀 놓았지만, 자식에 대한 가치관은 과잉보호와 옳고 그름의 구분 선을 무너지게 하는 등 교육적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변질되어 가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능효능제(能孝能悌)는 막비사은(莫非師恩)이며
능지능행(能知能行)이 총시사공(總是師功)이니라.
능히 효도하고 능히 공손한 것은 스승의 은혜 아님이 없으며,
능히 알고 능히 행하는 것이 다 스승의 공이니라.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학원에서 형법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종종 소주 한 잔을 사주며 당신의 경험을 통해 20대의 희망을 주셨던 분이 계셨다. “성실(誠實)이 답이다”라는 말씀과 함께 마지막 가시는 날 생활비에 보태 쓰라며 당신도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며, 지갑에서 백만원을 꺼내주시고 가셨던 그분. 법조인이 되셔서 사회의 훌륭한 스승으로서 서 계실 이관용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새 학기이다./고석헌(상상에너지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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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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