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3월 10일 15시34분
“왜 안 해주냐”… 전북 악성민원여전
편의 봐달라는 민원 많아… 공무집행방해 매년 증가세“악성 민원 거절할 권리 등 보호장치 있으면”
전북 한 지자체 소속 공무원 A씨는 최근 일어난 김포 공무원 사망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올해 2년차 새내기 공무원인 A씨는 첫 발령 후 불과 1주일 만에 악성민원 표적이 됐다. A씨는 “항의 민원이 여러 차례 장기간에 걸쳐 제기됐고, 부서를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민원인이 요구한 것은 건물 시설 설치와 관련된 것. A씨는 “여러 부서 협의와 절차를 통해 일을 진행해야 했는데, 민원인이 고집을 부리며 편의를 봐달라고 요구했다”며 “한동안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고 악몽까지 꾸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김포시 한 공무원이 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가운데 전북 지역 공무원 또한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전북에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수는 총 726건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211건, 2022년 252건, 지난해 263건이었다.
대부분 악성민원이 신고‧입건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악성민원 발생 건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는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화응대 수신음, 알림벨 설치, 웨어러블 장치 보급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8.3%는 근무처 악성 민원 대응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76.3%는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했다.
A씨 또한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 있는 과에도 유명한 악성 민원인이 있지만, 화를 내고 욕하는 걸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처지”라며 “강도 높고 빈번한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악성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TF 운영에 들어갔다. TF는 위법행위 주요 유형,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 현황, 반복 전화 등 민원응대 방식 등을 검토‧분석한다. 추후 TF를 주요 정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운영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선 민원처리부서 및 민원공무원, 관련 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과 함께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령들을 개정하는 등 공무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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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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