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0일 14시52분
[온누리]알리의 충격
‘알리’는 아랍에서 가장 존귀하고 높은 자의 이름이다. 알리를 이야기하려면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함마드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 그러자 그의 신도들은 무함마드의 친구이자, 덕망이 높았던 아부바크루를 이맘으로 삼아 대를 이었다. 2대 우르마, 3대 우스민까지는 무함마드의 혈족이 아니다. 이들이 오늘날 수니파로 이슬람 인구의 85% 정도이다.
우스민이 죽자 무함마드의 사촌 동생인 알리가 4대 이맘에 오른다. 평판으로 올랐던 이맘의 자리에 드디어 혈족이 오른 것이다. 그러자 이맘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맘은 아랍어로 ‘이끄는 자’이다. 3대 이맘까지는 단순 성직자 정도였으나, 4대 이맘부터는 최고지도자로 추앙받는다. 이렇게 형통을 따르는 자들이 시아파로 이슬람 인구의 14% 정도 된다.
시아는 ‘시아 알리’의 준말로 알리의 추종자들이다. 그들은 무함마드와 알리의 정통 후손에게만 쿠란을 해석할 자격은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니까 시아파에서의 이맘은 알리의 혈통을 잇는 절대자이다.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이다. 반면 수니파는 이란과 이라크가 지배적이다.
알리를 거론하다 이슬람의 혈통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1위는 쿠팡이다. 한국에서 창업되었지만 본사는 미국에 있고, 최대 주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이니 한미일 삼국의 합작회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업은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진다. 전자 상거래만 하다가 2020년 싱가포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후크 디지털을 인수해 자체ㅠOTT인 쿠팡플레이까지 갖췄다.
쿠팡에 이어 11번가, 티몬, 위메프, SSG 등 토종 이커머스들이 대형매장을 위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와 매출 2위에 올랐다고 한다. 알리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B2C 기업으로 해외직구를 기반으로 한다. 중국기업이지만 중국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중국 내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 철저한 해외 중심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가 부랴부랴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중국에 전자상거래 안방을 내주게 생긴 상황이어서이다. 이 마당에 최근 식품업계 1위인 CJ가 쿠팡과 갈등을 빚다가 알리와 손잡고 햇반 등 제품 협약을 맺었다.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반길지 모르나 국가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한때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이 중국에 진출해 호황을 누리다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타격을 입고 사업을 접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값싼 중국 제품을 직거래하는 알리의 등장으로 우리 유통기업들이 위협받고 있으니 역사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알리가 그냥 아랍의 존귀한 이름 정도로만 남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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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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