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0일 14시22분
[특별기고]일본 도리이(鳥居), 삼국시대 韓의 제의(祭儀) 전통에서 기원했을 수 있어
도리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신사, 산, 바위 같은 곳에 세워 신성한 곳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의례(儀禮)나 제의(祭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혹자는 한국의 홍살문에서, 혹자는 만주 지역 농가(農家)의 문(門) 등에서, 혹자는 인도 불교 사원의 문(門)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도리이가 공간적으로는 의례나 제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관념적으로는 새[鳥]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적 성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삼한시대까지 존재했던 다중환구(多重環溝) 유적과의 관련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남의 영산강 유역 일원에서 조사된 유적이나 고성 동외동 유적에서 조사된 쌍을 이루는 대형의 기둥구멍(竪穴)은 도리이, 일주문, 홍살문의 기원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편의상 쌍입주(雙立柱)라 부르고, 추정 복원 시 보가 설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구조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라남도 지역의 유적에서는 익산 영등동 다중환구(多重環溝)와 같은 유구가 조사됨에 따라 마한의 소도(蘇塗)를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유적의 다중환구는 서기 1∼2세기를 전후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동일한 크기로 쌍을 이루는 2개의 기둥구멍은 삼국시대의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환구는 본디 야트막한 구릉의 정상부를 휘감고 있다. 쌍입주 구조물은 구릉의 남쪽 사면에 위치한다. 4미터 내외의 거리를 둔 쌍입주는 위치상 마한의 옛 제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 또는 신성한 구릉이자 공간이었음을 나타내주는 영역 표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이 가능하다면, 삼국시대까지 마한 소도의 신성성이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고성 동외동 쌍입주 _경상문화재연구원
경상남도 고성 동외동 유적은 알 모양의 독립된 구릉[卵山]으로, 정상부에서는 제의와 관련된 다양한 구덩이들과 새 문양이 새겨진 청동기가 1995년에 조사된 바 있다. 2023년에는 구릉의 남쪽부에서 7미터 내외의 거리를 두고 동일 크기의 쌍을 이루는 2단의 구덩이가 조사되었다. 간격이 전남 지역의 2배여서 차이가 있지만, 쌍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위치가 구릉의 남쪽이기 때문에 남방(南方)의 외부적 관점에서는 신성한 공간의 경계 표시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정한 간격을 이루면서 쌍을 이루는 기둥구멍의 성격은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 조사된 사례도 극히 적기 때문에 그 성격을 단언할 수도 없다. 다만 신성한 영역의 입구로 추정되거나 외부에서 진입할 때 잘 보이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마한과 변한의 제의와 관련되는 신성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 상징성은 매우 컸을 것이고, 그 전통성은 계속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국시대에 새롭게 또는 계기적으로 나타난 의례 기념물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도리이는 鳥居로 쓰여 ‘새가 있다/앉다/자리를 잡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본디 도리쿄(とりきよ)로 발음되어야 하나, 居는 훈독인 いる(있다)에서 る가 빠진 구조다. 이 명칭은 기원전 4세기대 농경문청동기에서 볼 수 있는 입대목(立大木)과 두 마리의 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입대목제의(立大木祭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례는 마한의 환구의례와 연결되어 있고, 전남 지역의 유적과 익산 영등동이 공통된 전통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고성 동외동 유적에서는 서기 3∼4세기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새 문양 청동기가 의례에 사용되었고, 변한에서는 장례 때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함으로써 죽은이가 새처럼 날아 다닐 것이라는 신앙이 존재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제의적 전통성에 새의 존재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므로 두 기둥을 잡아주는 보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쌍입주 구조물이 왜 삼국시대에 들어와 한(韓)의 제의공간에 나타나는지, 왜 신성한 영역의 남쪽이나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설치되는지, 그리고 조사 빈도가 계속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가 좀 더 축적된다면, 그 해상도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철(전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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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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