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06일 14시46분
[문화로 이야기꽃]플랜75, 플레이75
내용이 수상해서 볼까 말까를 고심하던 영화 ‘플랜75’. 마침내 보기로 작심하게 되었다. 75세를 맞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다룬 영화다. 당연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공자는 상복을 입은 사람과 면류관을 쓰고 옷을 갖춰 입은 이와 장님을 만나면 상대가 어리더라도 반드시 일어났고 지나갈 때에는 빠르게 움직였다”(논어 자한 9). 여기서는 생활현실에서 슬픔을 당하거나, 귀하거나, 눈이 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 가운데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슬픈 일이기에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이 도리라고 말한다.
영화 ‘플랜75’에서는 75세에 이른 사람의 고민인 죽음과 그 뒤처리를 정부역할로 설정하여 편하게 죽여주는 제도를 만들어 낸다. 고령자들이 사회를 좀먹는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한 노인을 죽이는 일이 생기자, 차라리 편하게 죽여주는 일을 정책화한 것이다. 인간경영 손익분기점을 75세로 보고, 죽음이란 생산활동을 종료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죽임대행업무를 사회총량관리라고 다루는가? 어떤 일이 생길까? 담당자인 젊은 공무원이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는 가운데, 일자리가 막힌 노인은 죽음을 신청하고 보상금조로 받는 100만원을 움켜쥐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 전에 전직 네덜란드 총리가 부인과 함께 웰다잉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권리포럼연구소’를 운영하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나라에서 지난 20년 사이에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8,700명 가량 된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취업불가 노인과 이들은 동기는 서로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예는 검소한 것이 좋고 상례는 진심으로 애도해야 한다”(논어 팔일 4). 죽음은 언제 어떤 방식이더라도 진심으로 슬프다.
“죽는 것과 사는 것은 명에 달려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논어 안연 5). 인명이나 부귀는 사람이 만들기 보다는 하늘이 살펴 내리는 것이며, 사람은 마땅히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삶의 방식을 논어에 나타나는 고정성보다 현실적 유연성에서 오늘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가. 다시 영화로 돌아가니 75세 인간의 가성비에 정신이 혼미하다. 우아한 생활인으로서는 제자리 찾아 자리매김하는 것이 옳겠다.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라고 할 수 없다(不知命 無以爲君子)”(논어 요왈 3).
그렇다 명은 알 수 없다. 그러니 ‘플랜75’는 영화로서 끝이다. 마지막 장면이 모호한 듯 명징하게 결론을 내려주어 아심찬하게 극장문을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플랜75’는 때려 치고, ‘플레이75’로 큰 걸음을 내디뎌보는 것은 어떠한가. 가성비를 ‘높여야 한다’고 호기를 부리지는 말고, '높여보자'고 물가로 가지 뻗는 버드나무 같은 마음을 가져보자.
나이 든 이들의 첫 번째 덕목은 마음을 편하게 갖는 일이다. “자로에게 공자가 말했다. 노인을 편안하게 해주라”(논어 공야장 25). 얼마 남지 않은 인생길이라며 조바심을 내지는 말아야한다. “사람이 곧 죽으려 할 때는 그 하는 말이 착해진다”(논어 태백 4). 착해진다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채운다는 것이다. 사랑이 답이다. 자기무대에서 진정한 사랑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으로 꼿꼿이 서서 살아보자.
“사랑하면 그 사람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고, 미워하면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논어 안연 10). /이흥재 (한국지역사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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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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