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03일 14시20분
[온누리]보물선
형식의 보물선 사업에 재만이 나서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주식을 부풀려 적당한 시기에 팔아 치운다. 주가조작으로 재만은 법정에 서지만 형식은 도망자가 돼 사라진다. 이 소설처럼 보물선을 찾는다고 나선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었다. 특히 군산 앞바다의 보물선 찾기는 2010년대까지 이어졌다.
1945년 7월쯤 10톤의 금괴를 싣고 가던 일본의 시마마루12호가 선유도와 비안도 사이 바다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침몰했다는 것이다. 그 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2012년 침몰한 배 안에서 엄청난 양의 중국 주화가 인양됐다. 그 가치가 15억에서 20억 정도라고 하니 금괴에 대한 믿음은 더 강했을 것이다.
보물선 인양에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군산의 조모씨였다. 고등학교 시절 장항제련소에 다니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보물선 이야기를 들은 후 침몰한 배를 추적했다. 고교 졸업 후 포항제철에 입사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보물선이라 믿는 배의 침몰 정보를 확인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어패류 수출업으로 큰돈을 번 후 인양에 매달렸으나 소득 없이 가산만 탕진했다고 한다.
2000년 군산해양청에 보물선 발굴 신청을 해 승인받은 사람이 세 명이라고 한다. 앞선 조모씨 외에 10월에 서울의 신모씨가 20일간 발굴 작업을 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 온 채모씨도 40여 일간 공을 들였으나 역시 빈손을 쥐고 물러났다. 보물선 발굴은 아직까지 꿈같은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그런데 보물선 인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콜롬비아 문화부장관이 인터뷰에서 카리브에서 침몰한 스페인 범선 ‘산호세’를 인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산호세는 스페인이 식민지인 남미 볼리비아에서 캔 금과 은, 에메랄드 등 보석 200톤 정도를 싣고 가다가 1708년 6월 영국 함대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산호세의 보물 가치가 우리 돈 26조6,4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스페인과 볼리비아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배의 주인과 보석의 주인이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아직도 식민시대인 것처럼 싸워선 안 된다며 구사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못을 박았다. 인양된 보물을 학문과 문화 발전에 쓰겠다는 것이다. 오는 4월부터 인양이 시작된다니 말로만 듣던 보물선의 실체가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하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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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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