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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28일 16시04분

[온누리]농업과 복지의 결합 ‘케어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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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가끔 강의할 때 이 질문을 한다. 대답은 아주 다양하게 나온다. “집밥”, “배고플 때 먹는 밥”, ‘엄마 밥’ 등. 그 중 “남이 해주는 밥”이 편하고 맛있다는 답이 가장 많다.

그 대답을 듣고 이어서 질문을 한다.

“요양원에 가면 밥은 해서 먹습니까? 남이 해주는 밥을 먹습니까?”

당연히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다. 그렇다면 요양원의 밥은 맛이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아니요.”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 남이 해준 밥이 맛있지만, 요양원의 밥은 맛이 없고 누구든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몸이 허약해지고 혼자서 지내기 힘들면 자식들의 고생을 덜어주고자 요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느 기사에 ‘요즘 노인들은 몸이 아파도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안 한다. 혹여 요양병원에 보낼까 봐 무섭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노인들이 요양병원을 가고 싶지 않은 곳,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실상이 그렇기도 하다. 죽 늘어선 침상에 누워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고 연명하는 모습을 보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안타깝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2023년 12월 말 기준, 전체인구의 19%(939만명)에 달한다. 더구나 2024년은 초고령사회로 진입 전 티핑포인트가 되는 해이다. 이 시점에서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요양’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무조건 ‘병원’으로 통하는 요양의 개념이 아니라 ‘돌봄을 받으면서 건강을 위해 텃밭을 가꾸고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노인들도 안 갈 이유가 없다. 아마도 자발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미 영국, 네덜란드, 독일에서는 치유농업, 농업과 복지의 결합 ‘케어팜’이 활성화 되어 운영 중이다. 노인들이 농장에서 흙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건강을 위해 작물을 가꾸며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하여 이윤도 창출한다. 노인의 돌봄과 안정, 복지가 케어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존엄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의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요양병원을 짓고 병실에 수용하는 체계가 아닌 노인들이 추구하는 삶에 근접한 대안이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건강한 움직임’, 미약하지만 ‘자신의 역할’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있다. 농업과 복지의 결합 ‘케어팜’이 그 소망을 실현할 최적의 방안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농업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노인에게 심신 안정과 치유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거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노인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농촌의 개발을 제한하던 농지 규제가 완화되고, 농지에 수직농장, 스마트팜 허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바람이 오늘을 사는 노인의 바람이지 않을까 싶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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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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