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27일 14시29분
[오늘과 내일]흙속에 숨겨진 비밀
흙은 유기물이 있어야 지탱되고 기능한다. 진달래는 척박한 산성흙에서 잘 자란다. 산에 나뭇잎을 긁어다 땔감으로 썼던 시절에 진달래는 번성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 봄의 여왕이었다. 그러다가 40여 년 전부터 산에 낙엽이 층층이 쌓이면서 진달래 개체수가 감소했다. 산에 낙엽이 썩어 유기물이 늘어난 것이다. 산은 그럴지언정 들의 경작지는 사정이 딴판이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흙이 10cm 쌓이는 데 최대 4천 년이 걸린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경작으로 흙이 없어진다. 공중으로 날린다. 깎이고 파이고 쓸려서 강으로, 바다로 떠내려간다. 토양의 침식 현상... 기후변화로 그 빈도는 훨씬 늘어났다. 해마다 전 지구적으로 1인당 7달러, 도합 4,900억 달러어치의 흙이 사라진다. 매년 10억 명의 인구가 기아로 죽어간다. 흙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기아를 해결할지 모른다. 더욱이 갈수록 가뭄과 홍수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더 나빠지기 전에 망가진 경작지를 보호해야 한다.
흙에는 1억 마리 정도의 미생물이 유기물에 의지해서 산다. 식물체는 그 미생물이 이온 형태로 변화시킨 양분을 뿌리로 먹는다. 흙속에 미생물이 없으면 식물체는 살 수 없다. 질소든 인산이든 미생물이 일을 해야 먹을 수 있다. 요소는 암모니아태, 질산태 질소로, 인산은 음이온으로 전화되어야 비로소 흡수된다. 이런 작용이 원활한 흙을 ‘좋은 흙’이라 하고 ‘살아있는 흙’이라 한다.
또한 흙에는 60여 가지 원소들이 있다. 그것들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식물을 부양한다. 각자 끌어당기고 각자 밀어내기도 한다. 동․식물의 근원인 탄소도, 흙의 근원인 규소도 흙 속에 있다. 특히 흙은 지구에서 탄소를 가두는 강력한 저금통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탄소 저금통은 바다와 식물체이다. 바다 수온이 높아지고, 식물체 절대량은 줄고 있다. 바다와 식물체의 수난은 거세다. 그 원인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다.
1914년에는 사과 2개가 미네랄의 하루 섭취량이었다. 이제 사과 26개를 먹어야 그 미네랄만큼 섭취할 수 있다. 그간 인구가 급증하면서 경작지가 폭증했다. 흙이 처한 환경은 그만큼 악화되었다. 지난 100년, 한반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기온 2.3배, 해수온은 3배가 높아졌다. 흙속 유기물의 분해 속도마저 빨라졌다. 흙속의 양분의 침탈은 심해졌다. 공중에서, 흙속에서 꺼내 만든 비료를 과용했다. 흙은 늘 혹사당했다. 사람들은 흙에서 닥치는 대로 탄소를 인출했다.
흙은 기후변화를 멈출 마지막 남은 대안재이다. 이치는 사람이 죽으면 탄소로 흙에 돌아간 것처럼.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가둘 곳은 과거 이들의 주인였던 흙밖에 없다. 흙의 근원적인 기능을 되살리는 것, 인출한 탄소를 흙속에 다시 보관하는 것, 그 위에 식물을 번성하게 하는 것... 그것이 흙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고 날뛰는(?) 기후를 원래대로 돌이키는 일이다.
그것보다 획기적인 온도 저감기술을 기대한다. ‘바닷물 구름에 분사하기’, ‘성층권 탄산칼슘 뿌리기’, ‘지구와 태양 사이 차광막 설치’ 등의 기술들이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후작용을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느 곳도 지금의 기후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아직은 해답이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필자는 지구를 살릴 절대반지는 흙이고 나아가 식물일 것으로 본다. ‘광합성하는 식물’과 ‘살아있는 흙’의 탄소 포집 매커니즘에 기반한 기술 개발이 가장 현실성있는 답안으로 귀결될 듯 싶다. 전술한 것처럼 흙과 식물은 지구상 가장 숙련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자이기 때문이다. /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2-28 10면
http://sjbnews.com/808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