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강길선 - 2024년 02월 22일 16시33분
[이탈리아 문명기 4. 베네치아-상] 늪지대에 인공 섬 만들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델로'의 무대
밀라노서 3시간, 피렌체서 2시간 소요본섬은 118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고
400여 개의 다리로 섬끼리 연결돼 있어
수상택시와 바포레토의 수상버스가 운행
유럽에서 여행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유레일 기차이다. 렌트카도 추천할 만하다. 버스도 좋다. 대표적으로 플릭스 버스이다. 도시 간의 연결이 무척 잘 되어 있다. 비행기 여행이 싫은 분들한테는 더더욱 좋다. 심야버스도 있어서 숙박비도 아낄 수 있다. 비수기 시간대이나 한 달이나 보름 정도 미리 예매를 하면 10유로 티켓도 많다. 반대로 성수기나 승객들이 많이 몰리면 버스 값이 엄청 비싸지는 단점도 있다. 이번 베네치아 여행은 트렌토에서 플릭스 버스를 사용하였다.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내 어느 도시건 제대로 구경하려면 2박3일은 있어야 한다. 미리 공부하여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서 약간 급하게 다니면 낮 동안 5~6시간이면 콤팩트하게 구경할 수 있다. 베네치아의 특징은 본섬 내에는 자동차와 자전거까지도 들어갈 수 없다. 자기 차를 가지고 가도 본섬 외부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무인 자동 모노레일 피플 무버를 타고 본섬으로 들어가야 된다. 모든 버스, 차량, 페리보트는 트론체토 역에서, 크루즈 배는 크루즈 터미널 역인 마리티마에서 승차를 하면 로마 광장에서 하차한다. 파파도폴리 다리를 건너면 본섬으로 들어간다.
약간 긴 다리이지만 코스티트리오네 다리를 건너면 유럽 내의 웬만한 모든 도시를 갈 수 있는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기차역으로도 연결된다. 산타 루치아역에서 스칼치 다리를 건너면 본섬으로 들어간다. 밀라노에서 3시간, 피렌체에서 2시간이 소요되며, 베네치아의 국제공항에서 바로 돌로미티 관광과 트래킹을 시작하기도 한다. 본섬은 118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400여 개의 다리로 섬끼리 연결되어 있다.
섬 자체는 물고기 모양처럼 생겼는데 중앙으로 S자 형태의 대운하(Grand Canal, 그림1)를 만들어 놨다. 대운하의 폭은 3~9m, 길이는 3.8km, 그리고 평균 수심은 5m이다. 베네치아 본섬 내의 운하에서는 수상택시와 바포레토의 수상버스가 운행된다. 단지 도보만으로 다닐 수 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안된다. 도로표지판이 아주 잘 설치되어 있어서 가고자 하는 곳은 간편하게 갈 수 있다. 섬의 주민은 5만 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옆 도시인 파도바로 이주한다. COVID 이후의 관광객 수가 3천만 명 이상으로 회복되어 오버투어리즘의 대명사인 도시이다. 올해부터 단체 관광객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베네치아 섬은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뻘의 늪지대에 인공 섬을 만든 곳이다. AD476년 서로마가 게르만민족과 훈족 등의 공격을 받아 망하자, 로마 북쪽인 현재의 베네치아까지 도망왔다. 결국 아드리아 해에 다다르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졌다. 간절한 기도를 하였더니 갑자기 물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로 와! 이리로 와!” 그래서 늪지대에 수천만 개의 오리나무의 말뚝을 박고, 마른 흙을 채우고, 대리석 판을 깔아 인공섬을 만들었다. 오리나무는 소금물을 먹으면 절대 썩지 않았고 물에 불어서 뻘 속에서 안정화되었다.
일례로 섬 남단 쪽의 살루떼 성당(그림2)은 1600년경에 흑사병을 쫓기 위해서 건축하였다. 착공하자 거짓말같이 흑사병이 완전히 퇴치되었다. 110만 개의 오리나무 말뚝을 뻘에 박고 벽돌을 쌓았다. 판돌을 몇 층이나 깔고,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 길에는 구멍이 뚫려져 있어 빗물을 모았다. 자갈과 모래에 여과시켜 정화한 물을 지하탱크에 모아서 우물로 길어먹었다. 도로 드문드문 솥을 엎어 놓은 것 같이 우물 뚜껑이다. 물이 비교적 풍부하였다. 물론 현재는 수돗물이 육지에서 들어온다. 물 밑에서 보면 뻘은 정말로 더욱 신비하다고 한다.
도시의 이름은 베네치아로 지었다. 이 베네치아의 뜻은 “계속해서 들어오라”는 뜻이다. 농토가 없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물고기와 조개를 팔아서 연명하였다. 소금 무역으로 먼 바다 무역을 시작하였다.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물러서면 죽음뿐이었다. 반면 인공섬 생활이었기 때문에 조선술도 뛰어났다. 실크로드의 유럽쪽 끝인 동로마 제국까지 진출하였다. 이스탄불까지 진출하였다. 이곳에서 잭팟을 잡았다. 바로 향신료와 커피 무역을 시작한 것이다. 후추, 육두구, 정향 등의 육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었다. 필리핀, 말라카 등지에서 구입한 향신료는 수십 배에서 수천 배의 이익을 남겼다. 이렇게 천년의 부국을 쌓았다.
생존력은 당대의 어느 유럽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달랐다. 도전의 의지로 충만한 생존의 의지는 어느 도시보다도 출중하였다. 절벽 끝에 있었던 피난민들이 아주 이상적 도시를 만들었다. 괴테는 이곳을 1550년에 방문하였는데 “돌로 쌓은 그리스의 꿈”이라고 대찬사를 보냈다. 그리하여 이곳은 “Alper Mundi, 세상에 다른 곳“이라고 불렀다. 나폴레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롱(응접실)“이라고 극찬을 하였다. 괴테, 루소, 모네 등의 철학자가 인생을 논하였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에서 ‘베니스의 상인’과 4대 비극중의 ‘오델로’의 무대가 베네치아였다. 아이러니칼하게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에 방문한 적이 없다. 그만큼 그 당시의 핫플레이스였다.
인공섬 도시답게 아쿠아 알타(Aqua alta, high water)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도시가 물에 잠긴다. 그것도 1년에 100일 이상이!! 뻘 속에 박힌 말뚝도 서서히 가라앉고 또한 온난화에 따른 바닷물 상승이 더하여 최초로 만든 때의 수위보다 평균 약 1.8m가 상승하였다고 한다. 특히 10월~12월에 집중적으로 잠긴다. 최근에 거대한 둑을 섬 주위에 설치하는 모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얼굴인 산마르코 광장은 9세기에 완성되었다. 98.6m 높이의 산마르코 종탑이 있고 갈릴레오가 천체 관측을 하였다.(그림3) 총독관저인 두칼레 궁전이 있다.(그림4) 호화롭고 웅장하기 그지없다. 산마르코 광장의 플로리아 카페는 1720년에 이탈리아 최초로 개업하였다. (그림5) 커피뿐만이 아니라 핫초콜렛을 최초로 만든 곳이다. 카사노바가 죽치고 앉아서 뭇 여성을 숱하게 꼬셨다. 여성의 출입을 허용한 유일한 카페였기 때문이다.
괴테도 이곳을 즐겼다. 괴테는 이 시절에 패키지여행의 효시인 그랜드 투어(Grand Tour, GT)의 가이드 선생 출신이다. 유럽의 귀족자제들을 교육시키기 위하여 2~3년을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시켰다. 마차가 2~4대씩 마부, 요리사, 종, 선생 등 하여 10여명 이상의 일행이었다. 요즘 가격으로 5~20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요즘도 신차 중에서 제일 고급차종은 GT급이다. 어쨋거나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이 흐른다. 한국 사람이 온 줄 기가 막히게 알고 아리랑, 도라지, 또 그런 사람 없습니다가 나온다. 한국 고객들이 많은가 보다.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돈을 벌면 돈을 쓸 줄 알았다. 말 그대로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썼다. 광장 주위에 건축물을 그냥 짓고, 성당들이 돈만 있다고 하여 건축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있어야 되고, 수학을 알아야 되고, 재료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아야 했다. 건축이 되었다해도 치장을 하여야 했다. 그것도 남들보다 멋지고, 과학적으로!! 건축가와 미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양성하였다. 성당 천장이나 벽에 그렸다. 프레스코화도 잘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배의 돛을 찢어 캔버스를 만들고 템페레 기름에 안료를 개어 유화 물감을 만들어 모든 기법으로 성당과 건물을 지었다. 베네치아 사람들이 주도하였다. 물론 피렌체, 시에나, 로마, 시칠리 등등의 모든 도시와 경쟁을 하였다. 이 “경쟁”이 최초를 만들고, 창조를 만들고, 인류의 발전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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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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