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2월 21일 14시03분
전북의 기독교 역사와 유산
하지만 서문교회, 예수병원, 신흥학교와 기전여학교 등 전북의 근대화를 이끈 기독교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있어 기념관뿐만 아니라 근대 민중의 애환을 보듬었던 생생한 선교의 역사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전주에 첫발을 딛은 선교사는 7명이었다. 이들 ‘7인의 선발대’ 각 사람의 이름은 테이트(Lewis Boyd Tate, 崔義德), 테이트의 여동생 마티 테이트(Mattie S. Tate, 최마태), 린니 데이비스(Linnie Davis), 레이놀즈(W. D. Reynolds, 李訥瑞)와 팻시 볼링(Patsy Bolling) 부부, 전킨(William McCleery Junkin, 全緯廉)과 메리 레이번(Mary Leyburn) 부부이다.
1893년 6월, 레이놀즈의 비서 정해원 씨가 초가 한 채를 매입했다. 전주천 건너편 완산 칠봉 아래 용머리고개 기슭 은송리에 있는 아담한 집이었다. 이 집은 호남 지역 최초의 기독교 선교기지인 은송리교회가 됐다. 1897년 선교사들은 그곳 은송리의 초가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가옥 두 채를 더 사들여 예배당과 선교사 숙소를 만들고자 했지만 조정은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의 봉산인 완산에 교회를 짓지 못하게 했다. 선교사들은 은송리 서쪽의 화산 지역 일대를 대신 받아 이전하게 됐다. 결국 1899년부터는 전주 화산에 선교본부 이전 공사가 시작됐다. 이후 전주에는 선교사 숙소와 서문교회, 예수병원, 신흥학교, 기전학교가 세워졌다. 이곳에서 시작된 복음선교와 의료선교, 교육선교는 전주 지역의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전북 기독교 선교유적지의 사적 지정을 위해 옛 예수병원(엠마오사랑병원)과 너싱홈이라 알려진 건물의 문화재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 선교사 가옥 등에 대한 개개의 문화재 지정, 기전학교에 대한 역사적 자료 수집, 전통한옥과 벽돌 조적식 건물 축조라는 전통과 외래문화의 수용 등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전주는 조선 말 개화기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될 시기에 선교 활동이 활발했던 미국 남장로교의 선교 중심지였다. 전는 기독교 인구 비중과 교회, 목회자 수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 아래 기독교 유산을 정비하고 이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성지화 사업이 한때 추진됐지만 결과가 흐지부지하게 돼 아쉽다.
전북에 국가 또는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개신교 유적이 전주신흥고등학교 강당과 포치(등록문화재 제172호)와 금산교회(문화재자료 제136호) 등 단 몇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기독교 관련 기념비가 시장 한가운데 방치돼 있는 경우도 있다. 너싱홈, 그리고 기전대학교 인사례(Charlotte Witherspoon Bell Linton)관을 아는 사람들을 몇이나 될까. 전주 선교기지의 초기 선교사 주택은 현존하는 것이 없다. 전주 선교 기지는 기독교 유적으로서 가치뿐 아니라 근현대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장소다. 때문에 심도있는 연구는 물론 사적 지적 등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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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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