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우리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았던 삶의 이야기
'흑염소 없는 거, 보러 가요(지은이 이광구 , 김은회, 펴낸 곳 간디서원)'은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았던 삶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친구들과 놀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거나 신선한 때도 많았다. 이런 소재로 시트콤을 만들거나 소설 같은 걸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작가들은 이 책을 쓰면서는 동화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장애인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을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우선이며 이 책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발달장애인이지만 사회성이 있는 지훈이는 다른 사람과 일반적인 대화와 교류가 안 되니까, 돈으로 물건을 사서 선물하는 것으로 관계를 맺는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만 원을 달래서 나간다. 커피, 과자, 음료수 등을 사서 아는 사람들한테 인심을 쓴다. 심지어 길가의 택시 기사에게도 선심을 쓴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또 돈을 받으러 온다. 안 주면 막 화를 내니까, 부모는 말 그대로 돈으로 시간을 때운다. 어떤 날은 하루에 5만 원까지 쓰기도 한다. 돈만 많이 쓰는 게 아니다. 엄마 아빠한테 막말도 하고 행패도 부린다. 타이르거나 달래거나 혼내도 소용없다. 정말 대책이 없다. 이제 힘도 빠진 육십 대 부모는 그저 당하기만 하고, 하루하루 무사히 시간만 지나기만 바랄 뿐이다.
2) 그런 지훈이는 다른 사람이 화내는 걸 무서워한다. 낯선 사람들이나 만만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처음 만나 기싸움에서 진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주간보호센터의 유신부가 그 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무한정 엉겨 붙는다. 하지만 자기를 돌보는 주간보호센터의 샘과 나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적당히 말은 듣는다. 자기가 막 나가면 이 사람들이 자기랑 안 놀아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보다. 지훈이를 감당하는 건 부모에게 너무 힘들다. 사람들과 제대로 교류하지 못하고, 오로지 부모만 괴롭히는 삶을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지훈이가 독립하는 날은 올 수 있는 것일까?
작가들은 "우리 사회도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면서 "이제는 장애인 문제에 쉽게 다가가고 친근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의 경험담이 독자들에게 장애인의 삶과 익숙해지는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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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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