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2월 18일 14시38분
[메아리]고교학점제 제대로 준비해야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기간 내내 교육개혁은커녕 고교학점제 준비로만 세월을 보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2025년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과목 선택권 확대, 교육과정 다양화를 기치로 2000년대 초반 제7차 교육과정 이동식수업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하고 폐기 되고 말았다. 이후 교과교실제가 수많은 학교에서 실시되었다. 교과교실제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학교가 증·개축되었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는 7년 동안 운영한 후에 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시켰다. 실은 고교학점제라는 것이 제7차 교육과정 이동식수업, 교과교실제와 취지가 다르지 않다. 앞선 제도가 잘 정착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고교학점제로 가는데 어려움도 없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전제조건은 현행보다 교사와 학습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교에서 학생수요에 필요한 과목을 개설하고 대학같이 과목을 골라 수강 신청을 한 뒤 수업을 받는 제도이다. 그래서 보통 인력과 공간이 적어도 현재보다 1,5배 이상 확보되어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과목 선택권 확대, 교육과정 다양화’를 핵심으로 그 취지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를 감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과거 문제풀이식 교육이 사라지고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고 매우 긍정적인 면을 내세운다. 그런데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내신 상대평가 실시, 정시 수능 비중 유지 등도 큰 걸림돌이다. 고교학점제는 1학년 때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고 2학년부터 맞춤형으로 선택 과목을 정해서 수강하는데 정작 대학교는 무전공학과를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면 굳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겠는가? 정책이 엇박자다.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교육정책이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될 거란 점은 역시 쉽게 예견된다.
현재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교사 인력 확보를 위한 계획은 전혀 없다. 더욱이 공간확보에 대한 계획도 없다. 오히려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른 인력 감축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운용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사 수급 및 공간확보를 위한 노력이 매우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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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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