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할까?
올해 설 명절 연휴는 길지 않았다고 방송에 나온다. 나에게 올해 설 명절은 집 떠난 딸,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들을 위한 시간이었고 딸, 아들은 휴식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지 설 명절은 휴가라는 개념이 자리한 것 같다.
우리나라 대명절인 설에 대한 풍속도가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이다.
21세기가 되기 전에는 자녀가 고향을 향하여 밀린 차를 타고 왔다. 힘들지만 당연히 그러했다. 왜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였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추억과 고향의 향수 속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마음의 고향뿐만 아니라 공간적 고향도 함께 함이 당연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아버지 고향에서 태어나지 않아서도 태어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아버지의 고향이 나의 고향이 되었다. 즉 이 시대의 설 명절의 주는 조상에 대한 예를 보여주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21세기를 넘어 서면서 자녀들의 귀성을 덜어 주고자 부모가 역으로 귀성하는 설 명절의 풍속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때의 설 명절은 자녀의 얼굴을 보기 위한 부모님들의 힘든 시간이었다. 아마도 제사밥을 먹기 위한 조상들도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향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라지고 부모님 모시고 잠시 나들이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전부고, 자녀들의 고향은 자연히 자신이 태어난 곳이 되어 마음의 고향은 사라져 갔다. 마음의 고향이 사라지고 부모는 자녀의 얼굴을 보기 상봉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10년 전부터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누가 먼저 날것도 없이 휴가의 개념으로 설 명절을 바라보고 있다. 좋은 곳에 가족들이 모여 제사도 지내고 함께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단순히 가족, 친구들과 함께 휴가 기간이라 생각하고 국내 여행지나 국외 여행지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설 명절에 고향 찾기를 위한 행위는 그저 먼 옛날의 일이 되었고 그저 휴가로 받아들이는 날이 되었다. 이제는 삶의 휴식을 위한 시대가 되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설 명절 풍속도의 변화는 새로운 모습을 만들고 있다. 과거는 귀성을 위한 차편을 구하고 그래도 모자라 관광버스가 동원되는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각 터미널과 주변은 차량으로 인하여 북새통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휴양지로 떠나는 차량 행렬과 인천국제공항이 대목을 맞이하는 날이 되었다.
과거 설 명절은 도시가 비고 농촌이 차는 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은 비고 도시가 차는 시대이다. 이제는 설이 고향의 향수를 불러내고 고향의 친구를 만나고 하는 시절은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고향의 개념도 만남의 방식도 많이 바뀌어 버린 것 같다.
다만 되돌아보면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
이번 설에 누구와 만남을 함께하며 즐거웠는지 그리고 그 행복이 나에게 무슨 에너지를 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소한명(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이석규민주노동열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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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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