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14일 14시44분
[온누리]몰입으로 일상에 즐거움 더하기
공자는 즐기는 방법으로 몰입을 이야기했다. 공자는 풍류를 좋아했는데 제나라 음악을 듣고 “삼월부지육미(三月不知肉味)”라고 했다. 마음이 음악에 쏠려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몰랐다는 뜻이다. 그 음악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는지 짐작이 된다.
사람들은 공자를 동양의 대표 철학자이니 책만 읽고 사색만 즐겼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가 남긴 어록들이 시대를 초월해 구구절절 삶의 바른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직접 마차도 몰았고 무예도 출중했으며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음식을 좋아해서 미식가이기도 했다. 공자의 어록에 “밥은 깨끗한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회는 가늘 게 썬 것을 좋아했다. 고기가 가지런히 썰려 있지 않으면 먹지 않았고 고기가 제대로 익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을 만큼 식도락에 일가견이 있었다. 밥을 먹을 때조차 색이나 맛을 음미하며 기쁨을 찾았다니. 공자는 자신이 먹고, 듣고, 읽고, 사색하는 행위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삶의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세기의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일상의 몰입으로 유명하다. 과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도 어떤 일에서는 5, 6세 아이처럼 행동했다. 식사 시간을 알려주지 않거나 식탁에 밥이 놓여 있지 않으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이 빠져 잠옷에 슬리퍼 신고 하루를 보냈다고 하니 엉뚱하기도 하다. 그렇게 몰입하는 일이 때로는 놀이였고, 때로는 곤충을 관찰하는 일이었으며, 때로는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에서 느끼는 것을 허투루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몰입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혀를 내밀고 찍은 사진을 보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엉뚱한 모습이지만 자기 일에 몰두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제 2024년 음력과 양력의 시작 지점이 모두 지났다.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이다. 한 해의 버거운 삶이 눈앞에 직면해 있고 막중한 일과 업무 앞에 놓여 있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이때 미리 지치지 말고 일상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들여다보자. 오늘 만나는 사람에 집중하여 그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어주며 공감하고, 자신이 먹는 오늘 음식에 집중하여 맛을 음미해 보자.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은 어떤가. 글씨를 써야 한다면 정성을 다해 쓰면서 잘 써진 글씨를 보고 흐뭇하게 웃어보자. 운전할 때, 산책할 때, 운동할 때, 혼자 멍하니 있을 때조차 그것을 즐기려는 마음. 이것이 일상의 몰입이다.
긴 연휴의 끝자락에 들어선 농장에도 몇 시간 동안 즐겨야 할 일이 반겼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일해도 끝없이 생성되는 게 일이다. 장갑을 끼고 손바닥을 탁탁 마주쳤다. 즐기는 마음으로 몰입해야겠다. 몰입할 때 즐거움이 깃들고 만족감이 켜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공자가 그랬고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이젠 내(우리) 차례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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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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