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13일 14시29분
[온누리]콜라보의 결정판, 익산총쇄록
흔히 성격이 다른 분야가 팀을 이루어 작업하는 것을 콜라보, 또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합작, 협업, 공동작업이라는 단어로 순화 사용해야 할 다듬은 말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콜라보는 그른 표기라고도 알려준다.
국어원이 말한대로 콜라보를 협업, 합작이라고 바꾸어서 얘기하면, 익산시에서 발간한 『익산총쇄록』은 협업의 결정판, 합작의 훌륭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익산시와 원광대학교 한문번역연구소는 2019년부터 익산의 옛 모습이 담긴 고문헌자료를 번역하여 익산문헌자료총서 시리즈로 발간해 왔다. 익산군수 남태보의 금마지(金馬志) 번역을 시작으로 20년에는 여산용안함열읍지, 21년에는 금마일기 번역서를 발간하였다. 이번에 발간한 익산총쇄록(하)는 22년도에 펴냈던 익산총쇄록(상)과 한 셋트이다.
익산총쇄록은 1901년부터 1902년까지 익산군수를 지냈던 채원 오횡묵이 지은 시문집으로, 상권은 하첩이나 제문, 기문 등 익산군수로 재임하면서 겪었던 각종 업무 관련 글이 중심이며, 이번에 번역된 하권은 익산총쇄록에 실려있는 총 417제 524수의 한시 작품이다. 대한제국기 익산지역에 부임하여 남긴 지방수령의 기록이 2년간의 작업 끝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오횡묵 군수는 익산군 이외에도 정선, 자인, 함안, 여수, 평택 등 전라, 경상, 강원도의 10여개 지역 수령을 역임하였고, 재임하는 지역에서마다 그 지역에서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책의 제목이 ‘소소하고 자잘한 사실의 기록(叢瑣錄)’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벗에게 화초 선물을 받고 남긴 감상에서부터 익산군 내 읍촌 면임과 백성들에게 내리는 전령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고 상세하다.
익산총쇄록(하)는 모두 한시작품이기 때문에 오횡묵 군수의 문학적 소양만을 알 수 있겠지 싶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내용의 풍부함이 새삼 놀랍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익산군 관아의 핵심 건물 동헌이 존제당(存濟堂)이라 불렸으며, 동헌 앞의 정자 훈지당과 연못 징벽지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륵산 동굴에 운세와 점을 봐주는 노파가 법술로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드는 바람에 미륵산 아래 사는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내용까지 총쇄록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기록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오횡묵 군수의 총쇄록으로는 여수, 함안, 고성, 자인, 정선, 지도, 평택 등지의 총쇄록이 알려져 왔었다. 이번에 익산총쇄록이 완역됨으로써 드디어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만약 익산시와 원광대학교 한문번역연구소가 콜라보하지 않았더라면 익산총쇄록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을 것이기에 이보다 더 근사한 협업이 어디 있을까 싶다.
/문이화(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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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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