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미술관 소장품전 ‘병풍 펼치다’
전주 청목미술관이 2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병풍 펼치다'전을 갖는다.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병풍을 골라 7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8폭 병풍 6점과 12폭 병풍 1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풍이 가진 본래의 기능인 가리개나 장식물의 역할을 초월하여, 병풍을 펼쳐 그 안에 가려졌던 그림과 글씨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병풍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병풍을 평평하게 펼쳐 벽에 고정, 병풍의 기물로써의 기능을 사라지게 하였다. 지그재그로 접혔을 때의 공간감이나 입체감은 보다는, 병풍 그림의 회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본다.
석전(石田) 황욱(1898~1992)의 '도연명의 귀거래사(8폭병풍, 1989년, 한지에 먹)'는 동진(東晋)시대 대표적인 은거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대표적인 한시작품이다. 41세에 최후의 관직인 팽택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상급 기관의 관리들에게서 현실을 깨닫고 “내 어찌 살 다섯 말의 봉급을 위하여 그에게 허리를 굽힐소냐” 라며 사직했다. 귀거래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은 작품으로, 이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강암(剛菴) 송성용(1913∼1999)의 '제목 미상(12폭병풍, 한지에 먹)' 도 선보인다. 선생은 뛰어난 기법과 고아한 인품으로 한국서예의 독자적 경지를 이룬 대서예가이자 대유학자다. 그는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과 ‘온공자허(溫恭自虛, 온순하고 공경하며 스스로 늘 부족한 듯이 사는 삶)’를 좌우명으로 삼고, 오롯이 화선지와 붓, 그리고 먹과 책만을 벗하며 꼿꼿한 선비정신을 지켜왔다. 한평생을 올곧은 정신과 격조, 단아한 품격으로 살며 강직한 성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이자 한국 서단의 거목(巨木)이었다.
오담(鰲潭) 임종성의 '묵죽도(墨竹圖, 8폭병풍, 1997년, 한지에 먹)'는 힘찬 선과 좌우 균형이 잘 잡힌 서체, 그리고 중후하고 화려한 붓의 율동은 운필이 갖는 조형미를 잘 드러낸다. 그는 악필서체로 유명하다. 다섯 손가락 모두 사용, 붓을 감싼 채 글씨를 써내려가는 그의 필체에서는 힘이 넘치는 활력이 솟아난다. 69년부터 붓을 잡기 시작하여 독학으로 서예를 익힌 선생은
소림(素林) 송규상의 '대둔산 전망도(8폭 병풍, 2021년, 한지수묵담채, 356x181cm)'는 전북의 정취와 풍광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다. 작가는 아름다운 고향의 산천과 봄의 화창한 풍경을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본 실경을 드로잉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맑고 투명한 수묵의 멋과 절제되면서도 담백한 기법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어 수묵담채화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2-14 14면
http://sjbnews.com/806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