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12일 14시51분
[아침발걸음]'운수지' 을묘본(1675)에서 찾은 임실현의 열쇠
그 중에서도 임실현에 부임한 수령명단에 눈이 멈췄다. '운수지'를 편찬한 신계징은 30년 넘게 관직에 있으면서 여러 직책을 거쳤을 것이나 한 고을을 통수하는 수령으로 부임한다는 것은 특히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수령에 대해 기재한 내용은 대개 부임시기와 이임시기, 품계, 본관, 그리고 포폄의 일부를 간단하게 적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수령명단은 선생안이라는 자료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임실향교에 있는 '임실현선생안(任實縣先生案)'도 그중 하나이다. 1724년 마련된 이 선생안에는 1505년 이사겸 현감으로부터 2022년 민선 7기로 삼선에 당선된 심민 군수까지 204명이 수록되어 있다. 1505년부터 1910년까지 임실현감 명단 179명, 일본강점기인 1910년부터 1945년까지 17명, 1945년 광복 이후 현재까지 44명이 수록되었다.
'운수지' 을묘본에도 수령과 관련하여 “만력 39년 신해(1611) 8월 마을 사람이 남긴 기록을 얻었는데 정덕(正德) 원년 병인년(1506) 이후부터 썼고, 구안(旧案)의 기록은 난리가 나서 없어졌다고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어서 1505년에 부임한 이사겸부터 '운수지' 을묘본을 편찬한 현감 신계징이 부임하는 1671년까지 71명의 현감 명단과 부임 및 체귀 여부, 그리고 무엇보다 포폄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다.
포폄에는 공(功)과 과(過)를 싣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원탁(元鐸) 현감과 조진석(趙晉錫) 현감이 눈에 띈다. 원탁 현감은 1614년에 부임하였고, 조진석 현감은 1647년에 부임하였던 현감이다. 그런데 이 두 현감의 공통점은 역로(驛路)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원탁 현감에 대해서는“본현의 백성과 물산이 무너져 흩어졌기에 특명이 내려와 사객(使客)이 왕래하며 다른 도사(道使)들이 이쪽 길로 가지 않도록 지휘하였더니 수군(水軍)의 폐단이 무릇 백성의 병폐가 되어 일일이 상부로 보고하여 혁파되었고, 백성들은 소생하게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진석 현감의 포폄에는 “유생들에게 권과(勸課]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게을리하지 않았다. 제주(濟州)에 나갈 때 역마(驛馬)가 대부분 이쪽 길로 다녔는데 백성들이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감사에게 보고하여 변통하였다. 남원쪽 길과 더불어 해를 걸러 견송(牽送)하여 백성들이 편리해졌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운수지' 필사본(1730)에 수록된 임실현 관아 객사(客舍) 운수관(雲水館)에 대한 기록에 따르면, 대청 2가(架) 3칸[間], 동헌방(東軒房)은 2가 1칸으로 전영(前楹) 1칸, 마루(抹樓) 2가 2칸, 지응마루(支應抹樓) 2가 2칸, 서헌방(西軒房)은 2가 1칸, 전영 1칸, 마루 2가 2칸, 책판 마루 1칸으로 전체 12칸이 되며 대청과 동서헌방 사이에 반칸을 포함하면 전체 모습은 14칸짜리 한옥이 된다. 임실의 객사가 전주 풍패지관(정면 11칸, 정청 3칸) 보다 1칸이 더 크다.
생각해보면 전주에서 임실을 거쳐 남원에 이르는 길은 조선시대 9대 간선로(幹線路) 중에서 제6로 호남대로 통영별로(統營別路)에 해당한다. 한양에서 출발하여 삼례에서 제6로 통영별로와 제7로 제주로(濟州路)가 분기하고, 제6로 통영별로는 삼례에서 전주, 임실, 남원, 진주를 거쳐 통영에 이른다. 또한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감영로를 감안한다면 전주로부터 정읍, 순창, 임실 방향으로 각각 나아갈 수 있으며, 전주에서 여수에 이르는 감영로에는 전라 감영으로부터 임실현, 남원부, 구례, 곡성, 광양, 순천, 여수로 이어지는 감영로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춘향로가 전주에서부터 남원까지 관통하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임실현은 역로에 위치한 현이었다. 현감은 한양과 각지를 잇는 정보와 물산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었을 것이다.
전주와 남원 사이에 임실현의 널직한 객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렀을 것이다. '운수지' 을묘본에 수록된 현감에 대한 내용을 통해 조선시대 임실현 객사의 규모에 대한 작은 의문을 풀 열쇠를 찾았다. 이런 열쇠가 더 많으면 묵혀두었던 의문도조금씩 풀리겠지... /김철배(임실군청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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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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