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2월 06일 11시24분
[온누리] 보이스피싱과 ‘시민덕희’
2024년을 여는 통쾌한 추적극 '시민덕희'가 개봉 2주차 주말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민덕희'는 5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수 93만 424명을 기록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 분)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추적극을 다룬 작품이다. 이는 2016년 경기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김씨는 '시민덕희' 속 덕희처럼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세탁소를 운영해 번 3,200만원을 잃었다. 이후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고, 총책의 정체를 알려줄 테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씨는 영화처럼 중국에 직접 가진 않았으나, 경찰 대신 조직원을 설득해 범죄 조직 총책임자의 인적 사항과 은신처 정보, 사무실 주소와 피해자 명부 등 핵심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김씨가 제공한 단서로 닷새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하지만 김씨에게 검거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김씨는 이를 지인을 통해 듣게 됐다. 심지어 김씨는 최대 1억원으로 홍보됐던 신고 보상금은커녕 경찰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보복당할 두려움에 떨며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뒤 한 때 피해액이 30% 가까이 줄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는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고,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때문에 검찰의 대응도 처벌에서 예방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OO 검사입니다” 최근들어 보이스피싱 범죄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에서 근무하는 실제 검사를 사칭하고, 검찰이 실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서류 양식을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줄어들고 있지만, 검찰·경찰·법원 등을 사칭하는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형사처벌보다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지난달 은행연합회와 범죄정보를 공유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보이스피싱 합수단'도 단장이 직접 유튜브 영상에 출연하며 피해 예방 홍보에 나섰다. 청첩장이나 부고, 또는 OTT 구독 갱신을 사칭해 인터넷 링크를 보내거나, 공유 자전거 등에 변조된 QR코드를 붙여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하는 등 신종 수법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시민덕희'의 이러한 선전은 무엇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영화적 완성도와 오락성에 있다. 연령, 성별에 무관하게 방심한 순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발신자가 피해자에게 제보를 한다는 기발한 출발이 실화라는 점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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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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