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2월 05일 16시05분
'태양의 도시' , 가우디의 건축물에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다
[강미현 건축사의 건축기행]지속가능한 미래 스페인에 가다2. 바르셀로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선도하다
건축물의 온수 공급 60% 이상
태양 에너지로 충당
태양열·태양광·소형풍력지도 등
에너지 생성 잠재력 시민에 공유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성적은
주요 60개국 중 46위
바르셀로나는 1999년 7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태양열 조례‘를 승인했다. 이 조례는 신축되거나 리모델링 되는 모든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온수 공급 60% 이상을 태양 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대한 데이터 및 분석을 제공하는 비영리 환경 싱크탱크인 엠버(Ember)의 보고에 따르면 스페인은 2020년 국가전력 생산량에서 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추월했다고 한다. 특히 태양광은 스페인 전력의 12% 점유율을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석탄발전은 2022년 2.7%로 떨어졌다.
전 세계는 현재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시기에 있다.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은 유한하며, 이런 배경에서 핵분열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 에너지의 잠재적 위험을 세계에 일깨워주었다.
더욱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됨에 따라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현지에서 생산 가능하며, 이는 국가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석연료가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그로 인한 불공정한 에너지 분배는 세계적 문제이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의 촌락 지역이 에너지 빈곤 상태이다. 어두운 밤에 전등을 켤 수 있는 권리, 추운 날씨에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는 권리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화석연료를 연소할 때 대기 오염이 발생하는데 매년 세계에서 700만 명이 이에 따른 호흡계 및 순환계 질환으로 사망한다. 대기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천식이나 암까지 고려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인간의 생명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증가, 그리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 감소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중 특히 풍력과 태양광은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활용 가능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최신 가전제품, 건축 자재, LED 전구 등은 과거 제품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그린 리모델링, 패시브 건축, 제로에너지 건축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절약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전원 플러그 뽑기, 스위치가 있는 콘센트 사용, 실내 온도 조절, 대중교통 이용, 연비 운전 등을 통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재생에너지 추적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성적은 주요 60개국 중 46위로 낮다. 선진국 중에서는 거의 최하위 수준이며, 한국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다. 보고서는 60개국을 챔피언그룹, 선두그룹, 중간그룹, 추격그룹, 후미그룹으로 나누어 평가했으며, 한국은 후미그룹에 속했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감소와 재생에너지 일자리 비중이 선진국 중 최하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두그룹에는 북유럽 국가들과 스페인, 독일, 미국, 포르투갈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후퇴시킨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하게 전기 요금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미래 세대의 에너지 자원을 줄여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 대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남기기 위해 우리 모두가 에너지 전환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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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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