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02월 04일 17시49분
하늘 위 월드컵 ‘드론축구’…종주도시 전주라는 성지
■노상흡 캠틱종합기술원장 인터뷰실업리그 창단, 대한체육회 가입 절실
최종 목표는 드론축구 통한 도시 마케팅
드론축구는 지름 40㎝·무게 약 1㎏의 ‘드론볼’이 필드 위에 공격 수단이자 선수다. 5명씩 구성 된 두 팀이 공격과 수비로 나뉜 드론볼을 조종하며, 주어진 3분 동안 원형 골대 통과를 목표로 스코어 싸움을 벌인다. 드론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 보호구는 탄소 소재로 드론축구만을 위해 개발됐다. 탄성과 강도만 놓고 봐도 유사제품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의 집합체기도 하다.
연구·개발에 그야말로 최적화 된 캠틱 연구원들은 경기장 규격부터 규칙 등 드론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만들어냈다. 연구비를 벌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야 했고, 때로는 선수단장이 돼 플레이어를 끌어 모았다. 협회에 대한 신뢰 문제는 ‘전주시’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나타나며 해결됐다. 반신반의 속 하늘로 띄운 드론축구는 2017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CES 2024라는 세계무대까지 서게 됐다. 대한드론축구협회장이자 국제드론축구연맹(FIDA) 회장을 맡고 있는 노상흡 캠틱 원장이 드론축구를 “우리 자부심”이라고 공언하는 이유다.
드론축구에는 하늘 위 월드컵, 미래 스포츠, 신개념 스포츠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그중에서도 ‘현재스포츠’라는 별칭을 꼽은 노 원장에게서 드론축구의 미래를 들어봤다.
-드론축구의 탄생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시작은 4차산업 신기술을 활용해 어떤 기술을 선점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만들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에 탄소 판재를 오리고, 연구비를 벌기 위해 발품을 팔게 될 줄 아무도 몰랐을 거다(웃음). 정부 R&D 예산을 받기 위해 드론볼을 들고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마 ‘별 희한한 게 다 있네’ 싶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 추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와 시비를 지원 받게 됐고, 2017년 세계 최초 드론축구단인 ‘전주시 드론축구단’을 출범하게 됐다. 같은 해 첫 대회를 시작으로 전국대회를 이어가며 국내 협회를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집합금지로 대회를 열 수 없게 되면서 드론축구는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위기는 어떻게 넘겼나.
“전국대회가 중단되면서 다들 의기소침해 있는데 2020년 여름방학 즈음 경남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찾아왔다. 신체접촉이 없으면서 단체 활동하기 좋은 도구가 스카이킥(유소년용 드론축구공)인 것 같아 도입을 위해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꼼짝없이 망한 줄 알았는데 소리 소문 없이 퍼지고 있던 거였다. 그때 자신감을 회복하고 협회와 규정을 정비하는 등 드론축구를 레저스포츠로 키우기 위한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면서 국제협회 즉, FIDA에 대한 구상도 이뤄졌다”
-국제드론축구연맹(FIDA)은 무엇인가.
“드론 박람회와 학회 등을 중심으로 드론축구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국내외를 아우를 수 있는 게 필요했고, 그것이 피다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현재 협회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13개 국가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이들 국가를 초청해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제1회 FIDA 세계 드론 축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 참여한 CES도 세계화를 위한 작업 중 하나인가.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전 개인적으로 CES 2023을 구경 갔다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명 인터넷 매체 대표와 면담기회가 생겼다. 대화 도중 드론축구가 주제로 나왔는데, CES에 참여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한국에 오자마자 참여를 준비했다. 목적은 전 세계에 드론축구를 알리겠다는 것과 2025년 전주드론축구월드컵 홍보였다. 전북도와 전주시에서 흔쾌히 예산을 지원해 준 덕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드론축구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땠나.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주목 받아서 놀랐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빈손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BBC 등 해외 주력 언론이 집중 조명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기간 호주, 브라질 등 24개국에서 피다 가입 상담을 했고, 이탈리아·덴마크 등 17개국이 신규 가입 의향서를 내기도 했다”
-전주드론축구월드컵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선 최소 20개국·32개 팀 참여를 목표로 회원국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부분은 선수 간 격차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태권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드론축구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력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가입국과 참여국을 중심으로 노하우 전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술훈련 영상도 제공하려고 한다. 코로나 시국만 지나면 월드컵 한 번 열어보자고 농담 삼아 한 말에 발목이 잡혀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정말 죽어라 해보려고 한다”
-잘 알려진 스포츠가 아니다 보니 인지도 개선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 홍보에 집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특히 어떤 종목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한데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 국내에서 국외로 대회 외연이 확대되는 만큼 선수를 통한 홍보 활동에도 노력하려고 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중계나, 실업리그의 부제다. 투자가 없으면 선수 육성 등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월급은 고사하고 경비라도 대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최소한 한국시장에서라도 활성화 시키는 게 핵심이다. 대회를 진행할수록 과제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내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실업 리그 출범에도 공들일 계획이다”
-제도·정책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나.
“‘드론축구가 무슨 스포츠야’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몸을 쓰지 않으면 스포츠가 아니라는 논쟁은 이미 끝났다고 본다. 드론축구 역시 한 팀이 공정한 게임 룰에 의해 경쟁하고 배우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체육활동 중 하나다. 드론축구라는 새로운 개념이 스포츠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가입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이 요청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런 부분에서 행정이나 정치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드론축구 활성화를 통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테니스 하면 영국 윔블던이 떠오르는 것처럼 드론축구의 종주로서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를 성지로 만드는 것이다. 전주시장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최고의 명예라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전 직원이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목표도 없었다면 그동안 이 고생을 하지도 않았다(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협회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드론축구는 캠틱 연구원들과 저변 확대에 노력해준 각 협회 지회·지부장들이 진짜 주인이고 영웅이다. 드론축구가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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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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