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강길선 교수 - 2024년 02월 01일 15시09분
[강길선, 이탈리아 문명기]형언 할 수 없는 대자연 미학에 극치, “악마가 사랑한 천국이며 신들의 거처다”
2. 돌로미티 알프스태고의 기운을 간직한 공기
수정과 같이 맑고 깨끗한 햇살
날씨따라 천양천색 얼굴 `탄성 절로'
신혼여행지·트래킹 코스로 각광
이곳 이탈리아 북부는 남부보다는 부유하다. 400년경 로마가 멸망한 후 이탈리아 반도내의 남부는 봉건 상태로 유지하였으나 중부·북부는 수천 개의 공국형태로 코뮤네를 형성하고 생활하였다. 코뮤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생활하였다. 성당을 크게 짓는다 던지, 탑을 높게, 탑의 수를 많이, 돔을 크게, 돔의 개수를 많이, 예술적 가치를 높인다던지 등등, 이러한 경쟁의 산물이 경제적·예술적·군사적인 부국강병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네치아의 상술과 피렌체와 시에나의 예술이 극치, 그리고 로마·바티칸 지역에 가톨릭의 융성이 지난 이천여 년 동안 세계의 문화·경제·예술을 이끌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방문하는 도시마다 관습, 건축, 음식 등 모든 것이 다 다르다. 다양성의 극치이다. 예로 이탈리아 내에는 성당이 6만~10만 개가 있다. 많은 동네는 조그마한 동네에 백여 개 이상의 성당이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성당이 모두 다 다르다. 구조, 내부, 그림, 예수상, 마리아상, 헌정한 성인 등등 스토리가 다르고 히스토리가 다르다. 이러한 것을 알고 가면 대단히 바람직하다. 알고 가면 그리고 공부하고 가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알프스도 그렇다.
돌로미티 알프스는 최근 신혼여행지로 관심이 떠오르는 지역이다. 온갖 미사여구와 천사를 붙여도 형용되지 않는다. “악마가 사랑한 천국”. “천사·요정들의 천상의 놀이터”, “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신들의 거처” 등으로 묘사되었다.
이 산들의 특징은 방문할 때마다 천양천색의 얼굴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사계절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서 전혀 다른 풍광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곳에 트래킹 코스는 세계적으로 정평이나 있다. 프랑스 몽블랑 알프스나 스위스 융프라우 알프스는 이들이 관광 상품화하기 위하여 선전도 많이 하고 인위적인 맛을 많이 가미하였다. 반면에 이탈리아 알프스는 훨씬 깊은 맛이 있고, 국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정말로 잘 되어있다는 차이점에 있다. 거의 모든 유럽이 그러하지만 케이블카, 곤돌라, 후니바, 삭도, 체어리프트 등을 모든 트래킹 도로와 연결시켜 아주 편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한국 출신의 가이드들이 6월에서 8월 동안에 집중적으로 패키지 관광객을 모집한다. 요즘쯤 예약하면 좋다. 패키지 관광은 가격이 저렴하고 프로페셔널한 기업이 진행하니 경제적이고 콤팩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렌트카 관광을 적극 추천한다. 다만 공부를 좀 하여야 하고 스케듈 관리와 예약 등이 쉽지 않다. 다만 코로나 이전보다 모든 물가가 특히 호텔·렌트카·식당 등의 물가가 체감적으로 50% 이상 오른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7월 말에서 8월 말 사이에 약 40~50여 일 동안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럽인들이 이탈리아의 산과 바닷가에 집중적으로 휴가를 즐기기 때문에 비수기를 권한다. 아예 9월 중순~10월 중순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2023년 9월초에 트렌토 대학과 전북대학 등 유럽·아시아의 8개 대학들의 콘소시움으로 수행하는 유럽연합 과제의 워크샵에 우리 실험실 두 연구원하고 참가하였다.(그림1) 주말을 이용하여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간 알페 디 시우시를 비롯한 세체다가 있는 오르티세이, 코르티나 담페초 등의 도시들의 날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여름의 이탈리아 주요 시내의 기온이 32~35°를 넘나들어도 해발 1,500m에 위치한 이곳들은 정말로 시원하다. 햇빛이 나지 않고 바람이 약간 불면 서늘하기까지 하다.
돌로미티 알프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괴테는 나폴리를 방문하면서 ‘나폴리를 보고 나서 죽어라’라고 말했지만 나는 최소한 알페 디 시우시와 세체다 정도는 보고 나서 죽어라고 하고 싶다. 괴테는 볼차노에서 트렌토로 바로 마차로 여행을 하였는데 아마도 이곳 이탈리아 돌로미티 알프스를 봤다면 나폴리보다는 이곳을 택하였을 것이다.
“이곳은 낙원이다.”
돌로미티 알프스의 트래킹 코스는 엄청나게 많다. 길마다 다 번호를 붙여 놓았다. 가족단위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에서 10일 정도의 트래킹코스로 브라이어스 호수(10km)→페데루 산장(15km)→카파나 알피 레스토랑(14km)→파쏘 파잘데고(15km)→파소 지아우(18km)→스타울란자 산장(17km)→바쫄라 산장(15km)→파소 두란으로 끝나는 루트를 권장한다. 총 108km를 7일에 걸쳐서 걷는다. 문제는 각 산장의 예약인데 아마도 지금쯤이면 올해 예약이 늦었을지도 모른다. 산장예약이 어려우면 오르티세이 시내 부근에 호텔에서 왕래하여야한다.
오르티세이 시내에서 곤돌라를 타고 알페 디 시우시에 오르는 순간 저절로 아하는 탄성이 나온다. 작열하는 8월 상하의 태양은 찬란히 비춘다.(그림2) 태고의 기운을 간직한 공기는 정말로 시원하다. 저 멀리에 보이는 사소룽고와 카티나치오산, 로젠가르텐 봉들이 우릴 반긴다. 저 멀리에 대기의 기온차에 생기는 아주 얇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솔(Sole) 체어리프트 정류장 바로 밑에 조그마한 연못은 참으로 투명하다. 알프스를 다 머금고 투영시킨다. 아름다운 물빛을 발하고 있다. 알페 디시우시 분지는 축구장 800개가 들어갈 만큼 넓다. 냇가를 건너고 오솔길을 지나가면 두 개의 목장에서는 소 방울 소리가 계속 울린다. 수정과 같이 맑고 깨끗한 햇살을 받고 있는 알페 디시우 시 대평원과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사쏘 룽고는 온갖 색채로 빛을 나고 있었다.
다시 오르티세이로 내려와 세체다로 올라갔다. 산봉우리 십자가 뒤에 박혀 있는 태양에서 발하는 빛은 예수님 머리에서 후광과도 같았다.(그림3.) 몇몇 한국관광객들도 보였다. 미국 LA에서 산다는 다문화 가정의 한국 여성도 만났다. 아기가 아주 예뻤다. 공부를 잘하게 생겼다라고 이야기해주었더니 감사하다고 한다. 목초지에서는 풀을 베어 건초로 만들고 이를 김장을 만들어 겨울철 소먹이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목초지가 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로 변한다.
파소 지아우는 양면의 얼굴을 가졌다.(그림4) 코르티나 담페초 쪽에서 올라갈 때에는 야생의 정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파소 지아우 산장에 다다르자 따뜻하고 온화하게 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박을 한다. 카라반 차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대자연을 즐기는 이탈리아인이나 주위에 유럽인들이 부럽다.
브라이어스 호수는 꼭 가봐야 될 곳이다.(그림5) 6월에서 8월까지는 인터넷에 주차장을 예약하여야 한다. 주차장 예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입구에서 입장할 수가 없다. 옥빛의 호수물색은 어느 물감과 페인트로도 흉내를 낼 수가 없다. 방문하였을 때가 한참 버섯 줍는 시기였다. 버섯 향기가 호수와 주위의 산에 진동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천상의 놀이터이다. 알프스의 모든 요정 천사들이 노닐다 가는 곳이다. 이 높은 산에 이렇게 호수색깔이 예쁜 물이 있다니!! 브라이어스 호수 주위의 모든 것이 옥색의 물 빛깔로 변하였다. 호수의 배를 타는 우리들도 옥색으로 변하였다. 이러한 환경이 이탈리아인들의 감성을 만들었나 보다.
카레짜 호수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그림6) 방문할 때가 갈수기라서 호수에 물이 얼마 없었지만, 건너편 산의 나무들의 투영된 호수는 우리 마음의 침장과, 고요함과, 조용함과, 우아함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란드로 호수는 트리치메 라바레도를 등지고 있다.(그림7) 산에서 빙하 녹은 물이 쉴 새 없이 호수에 유입되고 있다. 신기하다. 이 높은 해발에서 웬 물이 저렇게 쏟아질까? 에메랄드 가을 하늘 천장에 솜사탕처럼 흐트러진 하이얀 구름으로 장식했다. 란드로 호수를 좌측으로 끼고 산 계곡을 넘어가면 갑자기 길이 넓어지면서 미주리나 호수가 화~악하고 나타난다. 아마도 요정과 선녀들이 목욕했던 곳이었으리라. 겨울에 호수가 얼고 눈이 오면 아주 다른 풍광이 연출된다. 미주리나 호수는 여기 돌로미티 알프스의 맏형격의 호수이다. 이곳 식당에서 피자로 점심을 하고 간다.
이 호수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는 30분 정도 떨어진 데 있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예정지이다. 밀라노하고 공동 개최한다. 1956년도에도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어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와 함께 2회 연속 개최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가 10월 중순이었는데 대부분의 모든 알프스 지역이 10월 중순부터 11말까지 케이블 카, 곤돌라 등이 쉰다. 올림픽 슬로프를 구경하지 못했다.
파쏘 레바짜를 넘으면 바로 레바짜 호수가 나타난다.(그림8) 이도 레바짜 고개의 협곡을 지나서 1800m의 고개 정상에 다다르면 저 멀리에 알페 디 시우시, 사소 룽고, 세체다 등의 알프스 산 들이 병풍처럼 갑자기 나타나면서 바로 레바짜 호수가 보인다. 이 높은 산봉우리 위에 옥빛 색깔의 호수가 또 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낚시질을 한다. 많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오토바이커들과 사이클링 동호회 회원들 그리고 볼차노와 트렌토 시내의 시민들이 대자연을 즐긴다.
혹자들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발원지가 어디냐고 물으면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시에나 등을 들곤 한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이 돌로미티 알프스 대자연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나는 이 말의 동의를 한다. 깨끗한 공기와 목초지에 핀 노란, 분홍, 주황색의 들꽃, 파란 하늘에 구름들, 새하얀 눈들이 이탈리아인들의 감성과 독창성 그리고 창작성을 일깨워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자연을 선물로 주신 창조주와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전술하였듯이 이곳 돌로 밑에 알프스는 최근 우리나라 관광객과 등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신혼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베니스나 오르티세이, 볼차노, 코르티나 담페초티에서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던지 또는 렌트카를 이용하면 더 좋다. 물론 관광 상품도 권장할 만하다. 다만 8월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바캉스 시즌에 몰리면 주차할 곳 조차도 없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는 12월, 1월 달에도 스키 시즌이 시작되면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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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2-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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