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9일 14시24분
[아침 발걸음]현대사회의 효사상
윤리적 효 개념에서 정서적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니까 부모가 계심으로 하여 내가 존재한다는 인연을 생각할 때 자식으로서 부모에 대한 은혜보답의 정성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다고 하겠다. 이 효도가 인간적 행실의 근본이라고 하는 것은 농경사회적 배경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때 그 부모가 자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었다.
일상적인 생활방식 뿐아니라 농업에 대한 전통적인 방법과 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종말에는 그 가진 전부를 유산으로 전수하여 준다. 그리고 문자가 널리 보급되지 못한 사회에서도 자식에게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소유하고 기억하며 후세에 전승하는 고귀한 권위를 가지는 인격자로 존경을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부모를 통하여 한 사람으로서의 인격이 성숙되고 부모의 크신 은덕으로 사회적 생존이 가능하고 부모의 후광으로 사회적 지위의 획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모든 부모를 모신 자식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유도되어 왔다고 할 것이다. 동양적 유교사상에 입각하여 고찰하여 보면 당시의 전제국가가 그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부모의 권위를 이 효라는 가족윤리로 높이 받들고 절대적 권위자인 부모와 추종자인 자녀는 완전히 일체감을 이루도록 했는데 부모의 뜻이 자녀의 뜻이되고 자녀가 인격적으로 부모를 신뢰함으로서 가족적인 화목의 일체감이 형성되어 대대로 한 가문이 계승되어 가는 것이다.
이와같은 관계는 가족이 사회생활의 한 단위가 되고 생산과 소비의 경제적인 활동이 가족적으로 영위발전 될 뿐만아니라 정치적이며 종교적인 기능이 이 가족안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때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이 산업사회의 특징이라면 모든생활과 생산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적 기계화와 자본의 광범위한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생산성이 높은 사회가 되면 기성세대적 노약자는 노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 존재가치가 쇠퇴하게 된다.
특히 기술의 발전 및 변화속도가 빠른 산업사회가 되면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지켜온 그 지식이나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곧바로 낡은것이 되어 쓸모없는 것이 되므로 노인은 숙련적 기능이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의 위치를 약화시키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네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그들로부터 대접을 못 받느냐”고 과거의 사랑과 그 노고를 생각하게 되고 자식편에서는 “그야 부모로써 할 도리를 다한것 뿐이었고 현재로서는 부모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습니까?”라는 입장이므로 과거 봉양에 대한 보은의 실천적 효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본다.
따라서 현대의 핵가족의 애정을 기반으로 노인들이 가족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수 없게되고 그 부모를 제도적으로 고립시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늙은 부모는 스스로 그 노후에 대한 대책을 세워 나가야만 한다는 결론앞에 부모는 그 자녀의 집조차 찾고 싶어도 자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정신적으로 외로운 나날의 고립인생을 어찌하랴!!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관계적 도덕성이 성립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부모의 뜻이 행동의 궁극적 기준이 되지 못하고 그 판단의 주체는 나 개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서 세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은 인간은 감정만으로만 살 수가 없고 지성만으로의 삶도 부족하다고 할 때에 많은 현대적 사조에 물든 사람들은 각자 정신적 욕구 충족에 급급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피상적 소외감 속에서 살고 있는 것같다. 따라서 이 효가 규제적이고 강압적인 것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목표개념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사이에 사랑과 천륜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에서의 박애주의와 같은 것으로 개념지을때 의무적인 것만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간의 진실한 가치관으로 보는 관점이 요청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식이 그 부모를 직접 봉양하고 살아야 한다는 효개념을 현대적인 사회생활의 차원에서 그 자녀와 함께 전통적 가풍을 가지고 가규(家規)를 지키며 살아야만 한다는 효도의 전통적인 가족의식을 넘어서야만 한다. 한 울타리 안에 살거나 또는 근거리에 살면서 잦은 왕래와 그리고 서로 협조하며 사는 생활관계가 자주형태에 의한 물리적 거리보다는 설사 별거하더라고 친밀감의 거리를 좁히는 사고방식이 핵가족화 되어가는 사회의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인간의 생활구조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효가 질적으로 그 모습으로 변하고 달라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전통적인 효행을 현대사회에서 그대로 답습 실행한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추호도 이상할 것도 없다. 결국 이러한 사실은 전 근대시하고 세대차이로 넘겨 버리는 고루한 사고방식이 문제가 되는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진실로 효도의 덕목을 생활화 하여 보편적 효의 양식이 사회적 현실의 과제로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할것이다
/이존한(한국화가·호산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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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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