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29일 08시48분
나, 이화중선은 조선의 산과 들을 소리로 휘감았다
꽃도 무덤도 없이 사라져간 20세기 30년대 최고의 명창 이화중선을 2년여 찾아나선 한 감독의 로드무비 '이화중선'.
“나, 이화중선의 소리는 20세기 30년대 조선의 산과 들을 휘감았다”는 영화 로그라인처럼 이번 영화 '이화중선'은 기존 충무로 제작방식을 벗어나 감독과 뜻이 맞는 지역의 프로덕션이 의기투합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화중선'은 당초 시나리오 작업 후 제작사와의 협의등을 거치면서 배우 캐스팅 문제, 예산 등이 수 년동안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전북지역 영상업체 JB영상연구원(원장 안봉주)이 제작에 나서 엘오비필름(대표 백학기)과 공동으로 영화 형식과 다큐형식을 가미한 저예산독립 예술영화로 제작키로 뜻을 모으고 지난 2년 동안 촬영을 마쳤다.
촬영 로케이션은 전북 부안을 시작으로 남원과 순창, 임실 오수와 익산 왕궁 등 지역과 전남 목포, 서울 익선동과 경복궁, 그리로 일본 세토나이카이까지 이어졌다.
배우 정이화와 감독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국악인 정회천 교수와 국악인 김세미 등이 찬조 출연했다.
이화중선의 생전 실제 소리가 영화 속에 일부 담겨지며, 지역 국악인 서양수, 이서희씨의 사철가 목소리 더빙과 남계 박종순씨의 시조창 ‘나비야 청산가자’등이 영화의 품격을 높혔다. 목소리 출연으로 이화중선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부분은 원다교씨가, 이화중선의 일생을 소개하는 화자 역할로 배우 박팔영씨가 나섰다. 의상은 전주 여밈선 대표 설미화씨가 도왔다. 프로듀서로 전성진, 촬영은 박상호 한철, 편집은 박진범씨가 맡았다. 러닝 타임은 한 시간이 조금 넘는 65분이다.
'이화중선'시나리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결선에 올라 내용면에서나 작품면에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각본 감독과 주연까지 겸한 백학기씨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 여성 소리꾼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이화중선을 중심으로 시대와 역사를 큰 그림으로 그려야 하는 만큼 제작에 어려움이 커 일단은 감독의 시각으로 이화중선의 삶과 혼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 보았다”며 "이를 계기로 드라마틱한 이화중선의 시대와 역사가 담긴 영화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백감독은 고창출신으로, 198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85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 시집을 출간한 이후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다방면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시선집 ‘삼류극장에서 2046’을 펴내기도 했다. 이 시선집은 1985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낸 첫 시집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를 비롯, 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을 꿈꾼다"(1990, 청하), 세 번째 시집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2002, 새로운눈)를 통해 발표되었으나 이제는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시인의 최고 시들과 미발표작과 최신작을 더해서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흰 소' 연작은 우리들의 인생론적 서사를 심우(尋牛)에 비유해 아름다운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2002년 배우로 데뷔해 현재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으며, ‘두 연인’, ‘공중 의자’ 등을 연출했다. 순창군 ‘섬진강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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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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