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강길선 교수 - 2024년 01월 25일 16시22분
[강길선 교수의 이탈리아 문명기]“문명과 과학의 양파“… 200년간 누렸던 '팍스 로마나'
1. 왜 이탈리아인가?
가톨릭으로 세계를 호령한 나라
15세기 이후 문화·예술·과학·기술 등
르네상스로 근대 과학의 눈 뜨게 하다"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어느 한 개인이 삶을 영위한다는 그 자체는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어떠한 연유로 지구상에 어느 특정한 시간, 시대 그리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 개인의 전부이다. 이 전부는 일생이다. 현재 우리가 은하계 속에 태양계, 그리고 태양계 중에 지구, 그리고 지구 중에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틀에서 영위하고 있다.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족하고 부유한 시기를 살고 있는 행운을 가졌다. 제일 어려웠던 우리의 선조들은 (1)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세대와 (2)한일합방,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을 거쳐 1970년대까지 사신 분이다.
현재에 대한민국의 부유함과 부강함을 즐기고 있는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래도 운이 좋다. 가난과 후진에서 벗어난 지 약 20년이 되었다. 물론 압축성장이라고 하는 초고속 성장의 문제점을 만나,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이 시스템, 국민들을 생활하는데 완벽하게 해주는 종합 시스템을 ‘문명‘이라고 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은 약 7000년 전의 수메르 문명이다. 점토판에 독자적 글자로 기록하였다. 신화, 종교, 법, 정치제도, 문학 등 전 분야에 최초의 선진 문명이었다. 중앙집권적 정치제도를 만들었다. 이집트 문명과 황하 문명도 있었다.
후에, 국가라는 형태의 본격적인 시작은 로마이다. 그리스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킨 로마 공화정은 BC27년~AD1452년까지 존재하였다. 인류가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문명을 그중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현재 사회 통치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는 거의 모든 제도의 원류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렇게 다른 국가 또는 단체에 모범을 보여 앞서가는 것을 ‘선진’이라고 하고 이를 배우는 국가를 ‘후진’국이라고 하였다. 세계에서 제일 못 살던 나라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갈라놓는 기준은 바로 국가 또는 단체의 시스템이 과연 자국민 또는 단체에 속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생존권을 지켜주었느냐와, 골고루 공평하게 베풀었느냐“다. 즉, 문명국은 공정한 법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이다. 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개념의 봉건왕조, 독재국가, 공산국가들은 문명국이 아니다.
필자는 정년을 앞두고 행운을 맞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에 안식년을 가게 되었다. COVID19 이전까지는 단기간의 방문이 몇 차례 있었으나 장기체류인 것이다. 이탈리아가 이천여년 전부터 인류 최고의 문명을 가졌고, 가톨릭으로 세계를 호령하였다. 15세기 이후부터는 문화·예술·과학·기술을 통틀어 르네상스를 열어 인류가 근대 과학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탈리아는 “문명과 과학의 양파“이다.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것이 계속 나오는 엄청난 나라이다. 항상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매일 감탄하게 되는 나라이다. 이탈리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대자연, 과학, 생활, 음식 및 정치적 모든 측면에서 BC1세기 말부터 약 200년간 누렸던 팍스 로마나를 인류 최초로 선보였다. 후에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테니카,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로 연결되었다. 다가올 머지않은 미래에 팍스 코리아나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리드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를 공부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로 로마시대 때의 곧은 간선도로망은 86,000km에 이른다. 지선도로는 70,000km로에 다다른다. 이탈리아 전역에 8m폭으로 건설되었다. 국도 1호가 아피아가도(Via Appia)인데 로마에서 이탈리아 반도 최남단 항구도시인 브린디시까지 563km에 고속도로를 건설하였다. 기술적 특징은 (1)직선적, (2)인도·차도 구분, (3)포석 포장, (4)용이한 배수, (5)도로주위 수목 대책에 있어서 최고의 기술이 구사되었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고속도로망이 86,000km이다.
이 도로 시스템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다음과 같다. (1)현재의 주소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Via Appia 6; 번영로 6) (2)현재 열차선로 폭이 1,435mm인데 이는 마차 말두마리 궁둥이 넓이이다. (3)이 길은 남부에서 생산된 소금(saline)을 로마로 운반하였던 길이었는데(salaria) 결국 이 소금이 로마병사에 월급(salary)이 되어 샐러리의 기원이 되었다. (그래서 월급은 항상 짜다) (4)거리를 다니던 로마병정들의 천보(mille)에서 1 마일(mile)의 단위가 시작되었다.
(5)매 마일마다 표지석(오벨리스크)을 세웠고 숫자를 써놨는데 로마중심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포럼(forum)을 나타냈다. (6)인도가 없는 좁은 도로의 경우, 도로벽면에 20×20cm 크기의 돌을 설치하였다. 돌은 마차 바퀴가 갈 수 없게 만들어 놓아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그림1) (7)가도에서는 마차보다 사람이 우선 갈 수 있는 칙령을 황제의 이름으로 포고하였다. 이는 이미 유럽내의 자동차 시스템이 이천여 년 전부터 차보다는 사람 위주로 안전하게 만들어진 것을 뜻한다.
이 가도의 특징은 모든 길을 통하게 하였다. 융합, 화합과 소통을 꾀하였다. 물류와 문화의 소통을 꾀하였다. 계층 간의 격차를 최소화하였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만리장성을 쌓아 소통과 화합을 막았다. 이외에 수도 없는 현대 시스템의 원류를 만들었다.
필자는 지난 10~15년간 전북을 기반으로 하여 국제화하려 즉 글로칼화(glocalization)에 무던히 힘을 썼다. 그 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과의 공동연구이다.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클라우디오 교수와 안토넬라 교수가 이탈리아 문화와 양식을 많이 가르쳐주었다. 연구실은 트렌토에 그리고 개인농장은 이탈리아 반도 남쪽 끝 만두리아에 있어서 두세 차례 이탈리아 반도 1,080km를 횡단하는 경험을 하여 이 문명기를 쓰게 되었다.
안식년 틈틈이 북부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반도를 종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돌로미티 알프스의 볼차노부터 반도의 구두굽에 해당하는 오트란토(Otranto, 그림2), 시칠리 섬의 동쪽끝 팔레르모(그림3)까지 종단(縱斷)하면서 방문한 도시는 정말로 “상상하는 그 이상의 기가 막힌 곳”이었다. 좀 다닌 후에 알고 보니 400년~1800년 통일 이탈리아 되기 전까지는 이탈리아 반도가 거의 공국 천국일 정도로 각 동네가 국가의 형태로 각 동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였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피렌체와 씨에나가 그랬다. 결국 피렌체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제일의 지자체 코뮤네가 되어 통일 이탈리아에 모든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돌로미티 알프스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신혼여행지에 0순위이다.(그림4) “악마가 사랑한 천국”, “천상의 놀이터” 등등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형언을 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 르네상스가 나왔다고도 하였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 절경이다.
한편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장수국이다. 가장 큰 이유가 (1)식습관, (2)긍정적 마인드, (3)좋은 관계 맺기(소통) 그리고 (4)운동이다. 이탈리아는 이 네 가지를 다 갖춘 천혜의 땅이다. 깨끗한 공기, 국토전체가 광활한 농경지, 곳곳에 산재하여 있는 대자연에서의 스포츠·운동이 더해져 최고령 장수국이 된 것이다. 이도 소개될 것이다.
이탈리아는 가톨릭의 나라이다. 성당이 6만~10만개에 이른다. 정확한 수도 모른다. 예를 들어서 루카(Lucca)는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이다. 성곽의 길이가 4km되는 섬과 같은 해자에 쌓인 성곽도시인데 그 조그마한 마을에 성당이 백 개가 있다.(그림5) 그런데 각각의 성당이 다른 역사가 있고, 옛날이야기가 있고, 연유가 있다. 많은 기적과 성인·성녀들이 우리 생활에 귀감이 되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이탈리아가 세계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가는 곳마다 문화유산이다. 이도 소개 할 것이다.
이탈리아에는 7,090개 정도의 코뮤네(지방자치 행정단위)가 있다. 코뮤네마다 모두 다른 한국 가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문화·음식·습관·언어 모든 것이 다 다르다. 신기한 나라이다. 이 신기한 도시의 문명을 공부하고 과연 팍스 로마나가 근 이천년 동안 유지되고 세계를 리드하게 된 원동력을 공부한다. 앞으로 15~20회가 연재될 이탈리아 문명기는 오르티세이, 트렌티노, 파도바, 피렌체, 시에나, 피사(그림6), 루까, 투스카니(그림7), 산마리노, 아시시, 구비오, 오피다, 라퀼라, 바스토, 마테라(그림8), 알베로벨로, 만두리아, 오트란토, 시칠리아 등을 소개한다. 과거와 현재를 보면 미래가 보이듯이, 현재 대한민국호가 나가야 할 방향과 우리나라의 장래 모든 시스템을 결정하는 데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1-26 16면
http://sjbnews.com/80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