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5일 14시15분
[삶의 향기]어떻게 버릴 것인가, 재활용 VS 쓰레기
밥 한 톨도 버릴 수 없었던 빈곤의 시대가 지나고 과잉 풍요의 시대인 지금은 어떠한가. 사방에 음식 쓰레기가 넘쳐 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데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밖에 내놓거나 복도에 버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이다. 자기 집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냄새나는 쓰레기를 주민들이 나다니는 통로에 두는 것도 예의가 아닐 텐데, “창밖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당부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창밖으로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음식물 쓰레기를? 정말로?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많은 점이 편리해졌다. 무엇보다 쓰레기 버리기가 쉬워졌다. 종류별로 분리배출하면 쓰레기 수거차가 와서 깔끔하게 수거해 간다. 물론 경비원분들의 노고를 빠뜨릴 수 없다. 실수로 또는 무지로 인해 잘못 분리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도 경비원분들의 손을 거치면 제자리를 찾는다. 관리비 얼마로 이런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때로는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되도록 쓰레기 분리배출을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또 집집마다 음식물 쓰레기 카드가 있어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쌓아 두지 않고 바로 가져다 버릴 수 있는데, 총배출량에 따라 처리수수료가 관리비에 포함되어 부과된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 수거장비는 배출량을 알려주는 똑똑한 녀석이어서 매번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된다. 시골 주택에 살 때는 마당 한쪽에 구덩이를 만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곤 했는데, 여름이면 악취와 파리 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지척에 있는 아파트 생활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우리나라는 1998년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제를 시행했다. 그사이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비율도 높아지면서 이제는 ‘바이오 폐기물 재활용 챔피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식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는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선진모범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는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재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이며, 누구나 강조하는 말인 데도 여전히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심각 수준을 넘어 재난 상황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강풍과 폭설로 수십 년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미국의 플로리다주에서는 한겨울에 대형 토네이도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겨울치고는 많은 비와 폭설, 한파 등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 재난의 주요 원인이 지구온난화이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주범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이다. 특히 각종 유기물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쓰레기 매립장,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더 강력하다고 한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엄청난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결국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개인들의 작은 실천들이 지구의 존망을, 아니 우리의 존망을 좌우할 것이다. 오늘 하루는 나부터 음식물 쓰레기 제로데이(zero day)로 살아야겠다.
/손시은(문학박사, 말글콘텐츠연구원 이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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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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