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갤러리 전주, 박인서 사진전 '주인없는 학교'
아트갤러리 전주가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전주출신 청년작가 박인서 사진전 '주인없는 학교'를 갖는다.
작가는 이번 '주인없는 학교' 작업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폐교들을 주로 기록했다. 이미 그 지역의 흉물이 되어버려 음산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밝고 희망적인 슬로건들, 더러워지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공간들,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 누군가가 언제 마시고 버렸는지 모르는 음료수 캔,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쓰인 지 모르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책들과 개인 물건들 등 대부분의 폐교는 파괴와 보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모든 장소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더 이상 그곳에서는 물건과 공간의 보존여부와 관계없이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공간들과 물건들은 아이들이 사용함과 관리함으로써 그 의미와 존재감이 생기지 않나.
한때는 북적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였을 교정에 가을의 낙엽들만이 별이되어 내려앉은 운동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살지않는 폐가의 마루에 걸터 앉으면 손때가 타지않아 푸석한 느낌과 습한 공기가 불쾌한 기분을 유발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폐교에는 적막감과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한 학교를 들어섰을 때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한적함과 쓸쓸함에 가슴이 시려온다.
김지민씨는 전시 관련 글을 통해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작가는 주인이 사라진 공간의 적막함을 함께 담고 있지만, 현재 까지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의 모습들을 묵묵하게 담아내고 있다"면서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버려진 물건들을 통해 현재를 비추고자 하는 욕망 아래 우리들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잊혀지지 않은 공간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이제 그것들을 사용할 주인이 없어져버리고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그것들은 단어 그대로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다.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의미가 사라져버린 그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고자 했다" 고 했다. 이어 "외부에서의 조금의 간섭이 없는 그 상태를 그대로 기록하여 주인이 사라진 공간들의 적 막함을 표현하고 그 공간들의 예전 모습과 우리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아직 잊혀지지 않은 공간들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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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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