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23일 14시35분
서학동사진미술관, 양승우 사진전 ‘人間, 나와바리'
전시 주제 '인간 나와바리'(세력권)는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은 야쿠자가 높은 건물 복도에서 나와바리인 밤의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전화를 하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신주쿠의 카바레의 깊숙한 곳까지 렌즈에 담아내고 밤거리의 위험하고 금지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의 사진을 언뜻 보면 혐오감이 들고 그다음엔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사진가들은 전쟁터에도 가고 원전이 폭발해서 방사능 수치가 살인적인 곳에도 간다.
김지연 관장은 "그것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진실의 의미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본성을 볼 수 있다"면서 "그는 노숙자, 술집 작부, 트랜스젠더 등 사회 저변층을 상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동물적 감각이 살아있다"고 했다.
작가는 "이제 그것들을 사용할 주인이 없어져버리고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그것들은 단어 그대로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다.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의미가 사라져버린 그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고자 했다" 고 했다.
이어 "외부에서의 조금의 간섭이 없는 그 상태를 그대로 기록하여 주인이 사라진 공간들의 적막함을 표현하고 그 공간들의 예전 모습과 우리 자신이 직접 사용하였던, 아직 잊혀지지 않은 공간들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사진’으로 정의한 바 있다. 그는 ‘나쁜 친구들’과 ‘위험한 곳’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아온 사진가다.
작가는 정읍에서 출생,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2000)를 졸업하고 동경공예대학교(2004)와 대학원(2006)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동경공예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2006) 수료했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신주쿠에 나가 야쿠자를 찍고 홈리스들과 살았다. 그에게 신주쿠는 해방구였다. 현재 두어 군데 갤러리 전속 작가로 카메라에 온 체중을 실어 일본에서 활동 중이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험한 알바도 마다않는 가장이다.
2017년 '신주쿠 미아'로 일본 최고의 사진상인 도몬켄 사진상(마이니치신문사 주최)을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수상했다.
국내에 출판된 사진집으론, '청춘길일'(2016)과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2017)가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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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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