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1월 22일 16시25분
[강미현 건축사의 건축기행]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 건강한 녹색도시를 열다
지속가능한 미래 스페인에 가다 #12016년 자동차 통행 제한부터 시작
시속 10km적용, 보행자 이동 우선
불편 호소에도 공공공간 확장 주력
탄소배출 줄고, 녹지공간 확대 성과
열섬효과 완화로 세계 도시 시도중
1.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프로젝트
2. 바르셀로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선도하다
3. 세계 최고의 도서관을 가진 바르셀로나
4. 역사 속으로의 여정: 바르셀로나 모더니즘 루트가 창출하는 여행의 새로운 전환점
스페인은 그 풍부한 역사와 현대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여행지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꿈을 자극한다. 이 나라의 역사는 로마, 비잔틴, 이슬람, 유대, 기독교 문화가 교차하는 다양한 고대 유적과 전통을 간직하고 있으며, 알함브라 궁전, 코르도바 대성당, 고대 로마 수도교, 중세 도시의 성벽 등이 그 증거이다. 가우디의 건축물과 플라멩고, 투우, 레알 마드리드 축구 클럽,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스페인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전하는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에 대한 그들의 혁신적 접근이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와 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스페인은 슈퍼블록 프로젝트, 마드리드의 차 없는 거리, 발렌시아의 그린벨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인간이 지구에 남기는 환경 영향력 지표)를 줄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페인 주요 도시들에서 진행 중인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스페인의 노력을 상징하며, 이러한 철학과 기술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한다. 이에 우리사회도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더욱 잘 구축할수 있을지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바르셀로나 슈퍼블록(Superblocks)은 도시의 특정구역을 차량 통행이 제한된 구역으로 설정하여 도시의 교통 체계와 공공 공간을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더 많은 보행공간과 녹지를 제공할수 있다. 이 구역은 일반적으로 3x3 블록으로 도시의 일반적인 가로망 구조 내에서 9개의 도시 블록을 하나의 큰 슈퍼블록으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안에는 차량 통행이 시속 10km 이내로 제한되며 기존의 도로는 공공공간이 되어 사람들이 걷고, 놀고, 사회적 활동을 할수 있는 장소로 변화한다.
바르셀로나시에서 슈퍼블록을 도입한 계기는 도시의 소음과 대기오염 때문이다. 지중해와 몬주익 산으로 둘러싸인 바르셀로나는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로 유명했다. 교통 체증은 대기오염과 소음을 발생시키는데, 대기오염만으로 바르셀로나의 대도시 지역에서 연간 3,5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한 도시소음도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정한 65데시벨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와 수면장애뿐 아니라 고혈압, 심혈관질환, 스트레스 증가등 도시민의 건강문제를 초래하며 바르셀로나시는 특단의 조치인 슈퍼블록 프로젝트를 결정하게 된다.
슈퍼블록의 첫 실험은 2016년 포블레누(Poblenou)지역에서 시작되어 바로셀로나 전체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슈퍼블록 바르셀로나’로 발전하게 된다. 슈퍼블록내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 통행 제한부터 시작이 된다. 자동차보다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그리고 공공 교통 수단이 우선시되고, 차량 접근은 주로 지역 주민, 긴급 서비스, 배송 트럭에 한정된다. 슈퍼블록 내부의 거리에서는 차량의 속도 제한이 시속 10km로 적용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킥보드와 같은 다른 소형 이동 수단의 속도 제한과 동일하다. 이렇게 교통을 제한하며 보행자의 이동을 우선하고 공공공간 활성화에 주력했다.
초기에는 도로 표면에 페인트를 칠하고 가로등과 나무를 배치해 사람들이 앉을수 있는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지역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지역주민과의 협력으로 새로운 놀이 및 스포츠 구역이 만들어지는 등 공공공간이 더욱 확장하게 되며 지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슈퍼블록 추진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통과도로가 줄어드니 교통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점들은 물건이동의 불편을 호소했고 고객들은 불평했다. 바르셀로나시는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세웠다. 교통 체계를 재설계하여 지역 주민들에게는 차고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통과교통은 차단해서 주거품질을 개선했다. 보행공간증가, 공기오염 및 소음감소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개인의 행동 습관을 바꾸려면 모든 사람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에 대규모 공교육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들은 성과를 가져왔다. 단순하게 보행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닌 공공공간을 확대했다. 보행은 교통수단이기에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을 확대하며 이웃과 상호작용이 늘었다. 시민들이 야외에서 만나고, 여가 활동을 함께 즐기며, 커뮤니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새로운 광장, 정원, 놀이터와 같은 공공 공간은 지역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중심지가 되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어린이들은 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 보행 여행이 증가하고 차량 트래픽이 감소했으며,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했다. 차량감소로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나는 탄소배출이 줄었고, 녹지공간 확대를 통해 도시 열섬효과를 완화시킬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프로젝트 개념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등 여러 도시들이 자신들의 도시 맥락에 맞게 적용하려 시도중이다. 바로셀로나 역시 슈퍼블록의 목표를 2024년까지 모든 이동의 80%를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하고, 2030년까지 도시의 1/3 거리를 녹색거리로 변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시민들의 평등한 삶을 위해 바로셀로나 도시 전체로 슈퍼블록을 확대하려 한다. 슈퍼블록이 도심에 사는 소수를 위한 특권이 아닌 도시 전체를 슈퍼블록으로 구현해 모든 시민들이 개선된 생활환경을 누릴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도시 변화에 혜택을 받고 특히 저소득층이나 소외된 지역까지 시민모두가 더 나은 공기질, 더 쾌적한 공공공간 그리고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을 권리로서 보장하려는 바르셀로나에 열렬한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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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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