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2일 14시46분
[온누리]형제의 난(蘭)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정감 있는 호칭이다. 부모 자식은 평생이요, 부부는 50년이며, 형제자매는 20년 이상 한 울타리에서 먹고 자며 맺어진 관계이기에 우리는 이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세상천지에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아름다운 인연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형제자매가 다 같이 잘 살고, 다 같이 우애를 나누며 살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인지는 말로 표현할 수도, 형상할 수도 없는 형이상학적 개념이고, 각자 이 세상에 오기 전의 문제이며,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지 싶다.
부모에게서 한 피를 받고 태어난 형제들의 삶이 다른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앞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운명일 것 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그렇다 치고, 내 자식과 여러분의 자녀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 살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사람으로 온 이상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가는 방법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도리를 다하면서도 쌓여가는 공덕(功德)과 과오(過誤)는 제각각으로 남겨지기에 삶이 간단하지 않으며, 산다는 것은 무서운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이 죽어서 가져가는 딱 하나가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이라고 한다. 가져가기 싫어도 따라오는 이승의 성적표가 저승에 가서 어떤 영향을 줄지는 궁금할 일도 아니지만,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형제자매는 같은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형은 우애하고 동생은 공손하여, 감히 원망하거나 성내지 말라. 뼈와 살은 비록 나누어졌으나, 근본은 한 기운에서 태어났으며, 몸의 형상은 비록 다르나, 본래 한 피를 받았느니. 나무에 견주어 보면 뿌리는 같고, 가지는 다른 것이며, 물에 견주어 보면, 근원은 같고 흐름은 다른 것이다. 형제는 늘 화합하여 다닐 때는 기러기처럼 다니고, 나눌 때는 많음을 구하지 말며, 있든 없든 서로 통하라.
형이 비록 나를 꾸짖더라도 감히 항거하거나 성내지 말며, 동생이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모름지기 소리 내어 꾸짖지 말라. 형제간에 착함이 있거든 반드시 드러내어 칭찬하고, 형제간에 잘못이 있거든 숨기고 드러내지 말라.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형제 또한 즐거워하고, 나에게 근심이 있으면 형제 또한 근심 하니, 형이 능히 이와 같이 하면 아우 또한 본받으리라. 형제자매가 화목하면 부모가 가장 기뻐하고 행복해하신다.
이렇듯 형제의 도리를 다하며 사철 푸른 난초의 향(蘭香)처럼 우애를 나누는 새해이기를 바란다.
/고석헌(상상에너지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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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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