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18일 14시56분

전북 인물과 이야기, 지역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다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지은이 정선옥, 펴낸 곳 전북문인협회)'는 지역 콘텐츠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정선옥 극작가가 희곡집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K-CULTURE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지역의 이야기에 천착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애를 쓴 정선옥 작가의 작업은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노인 하나가 사라지면 길 하나가 사라지고 역사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노인이 품고 있던 이야기 역시 쉽게 사라진다. 우리들은 그 이야기들을 할머니의 무릎에서 듣고 자랐다. 그러나 이제 할머니의 무릎베개 이야기는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바쁘고 세대와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교점은 찾기 쉽지 않다.

마을의 전설, 역사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구비문학의 힘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역사를 이어온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빠른 발전 속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과거를 지운다. 그러한 까닭에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빨리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이를 후대의 사람에게 전하려고 하는 노력은 더욱 가치가 있다 하겠다.

작가는 지역의 이야기, 전설과 지명에 관한 이야기,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예사로 보지 않는다. 정 작가는 지역의 모든 이야기를 곱씹고 곱씹어 천착하는 작가다. 지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알맞은 언어로 스토리를 전한다. 그것의 도구는 특별하게도 희곡이다. 작가가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다 공연으로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처음 희곡을 썼다.

작가는 완주군에 살고 있다. 처음 시작은 운주면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대한 관심이었다. 가까운 지역에 그렇게 유명한 설화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희곡이 운이 좋게 공연에 올라갔다. 그 다음 작품은 완주군 이서면의 콩쥐팥쥐 설화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들이 내 지역에서 품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신기하기만 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렇게 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지역에 어떤 설화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 다음은 그 지명에 얽힌 이야기가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지역의 인물은 어떤 인물이 있는지 조사하였다.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작품 삼례읍과 봉동읍의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형극 ‘여시코빼기’와 ‘아홉 번 사는 고양이’다. 그리고 용진읍의 유명한 인물인 비가비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인 ‘내 소리 받아 가거라’ 란 작품이 있다. 이외에 화암사 창간설화를 기반으로 한 ‘화암, 바위에 핀 꽃’이란 작품도 있다. 이렇게 완주군의 이야기를 먼저 쓰기 시작한 작가는 이번에는 지역을 넓혀 다른 지역의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중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남원 춘향전이다. 춘향전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편적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새로운 스토리로 탄생시킬까 한 달 넘게 고민고민하다 만들어낸 작품이 있다. 전주마당창극에서 공연한 ‘변사또 생일잔치’다. 춘향전에서 변사또는 아주 막돼먹은 비리의 사또다. 정 작가는 변사또가 그렇게 악역이 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한 뒤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변사또가 부임하는 장면, 변사또가 뇌물을 상납하라는 장면에서 작가는 아주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아주 못된 짓을 하는 것들을 유머스럽게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김제의 스토리도 있다. 벽골제와 단야낭자 설화를 바탕으로 한 ‘단야낭자와 벽골제 사랑’이란 작품과 고독한 현대인의 상실과 귀신사가 품은 옛 전설을 잘 엮은 ‘어느 날 우연히 찜질방’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아주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를 아주 다양하게 엮어서 지역민들에게 선보였다. 전북의 우수한 콘텐츠를 지역민에게 아주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인 것이라 하겠다. 지금 정선옥 작가는 정읍 출신인 경운화상의 일대기와 직지의 이야기를 엮은 창극 ’직지‘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이다.

전북문인협회 김영 회장은 "우리 고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이룩해낸 놀라운 창의력과 기담항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냄으로써 예술의 역할을 선도하는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고창출신의 작가는 '선녀와 나무꾼'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기획공연 대본에 선정됐으며,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공연을 가졌으며, '불의 전설'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됐다. '다독다독 독서퍼즐', '여시코빼기 언덕을 넘어서 예술의 마을로 들어서다' 등을 펴냈으며, '슈엔'은 대한민국공무원문예대전 희곡부문에 특선을 받았다. 전주문화재단에서 2020년 ‘변사또 생일잔치’란 작품에 이어 2023년‘변사또 생일잔치’ 마당창극 대본을 쓴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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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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