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18일 14시48분
[금요수필] 나에게 묻는다면
윤재석
올해의 새해는 우리 집 2층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지난해는 기린봉에 올라 해맞이를 했었다. 기린봉에서는 조용히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여서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한다. 좌우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우리 집 2층에서 해맞이는 누구를 피하거나 남의 눈치 볼일이 없다. 넓은 곳에서 두 팔을 활짝 펴고 마음 놓고 맞이할 수 있어서 좋다. 오직 나만의 공간이다. 이토록 마음 편안히 해를 맞이하는 것도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자유다.
세월은 화살 같다 했던가. 한 해가 열두 달인데도 엄벙덤벙하다 보면 섣달이다. 허망하다는 생각뿐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소망과 다짐을 다시 하려 한다.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하루 성실이 실행하는 일뿐이다. 무엇을 바랄 것인가. 둥근 해를 보며 첫해를 맞는 감회에서 올해를 위한 일이 무엇일까. 건강과 집안의 화평을 챙기는 일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 하였으니 건강이 우선이다. 집안이 화평해야 모든 일을 이룬다 하였다. 가화만사성이 제일이다.
취미로 해 오던 글쓰기와 서예를 할 것이다. 서예는 직장에서 무엇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 얻은 결론이다. 글쓰기와 서예는 나 혼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좋은 시구(詩句)를 보면서 나를 다스리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에 좋다. “검은색을 가까이하면 검어지고 붉은 색을 가까이 하면 붉게 물 든다.”는 말이 있다. 무엇을 가까이하느냐에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니 살피고 생각할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은 겨울바람이 삭막하게 불어온다. 집 앞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린다. 높은 은행나무 위에 까치집 두 채가 있다. 보기에 허술하고 춥게 느껴진다. 방안은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난방은 잘 되었는지 궁금하다. 겨울 지나기 준비로 집수리해서 추운 겨울 잘 지내고, 따뜻한 봄 되면 새끼 낳아 기르는 까치를 보고 싶구나.
이제는 봄이 기다린다. 겨울이 가고 나면 봄이 다시 온다.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푸르른 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서 좋다. 봄은 어머니 품 안과 같이 따뜻하고 누나의 눈길처럼 포근하다. 봄 햇살이 찾아와 무엇을 할 거야고 묻는다면 그저 웃고 대답은 다음에 하리라.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부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 예술상
저서: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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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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