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09일 14시35분
[이승연교수의 전북문화재이야기]전북 가야문화재 세계유산으로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1500년의 잠에서 깨어나 세계유산으로 우뚝”
가야(46~562년)는 중앙 집권적인 국가 형태는 아니지만 호남과 영남 일대에서 오백년간 독특한 연맹체제로 고대 문명사회를 이뤄왔다는게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도내 가야 유적지는 지난 1983년 88고속도로 건설도중 첫 발견된 뒤 현재까지 그 발굴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남원, 장수, 무주, 임실, 완주 등 전북 동부권은 당대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봉수대와 제철 유적지가 모두 690여 곳이나 발견되었으며, 유물 또한 총 1,000여 점이 발굴되었다.
이 중에서도 국가 사적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에선 당대 지배층 무덤으로 추정되는 40여 기에 달하는 고분군이 발견되었고, 이들 고분군에선 가야토기와 청동거울 등 유물도 대거 발굴됐다.
전라도 지방에도 가야가 있었다?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흔히 한반도 고대 사국시대의 가야는 경상도 남부 지방에 위치했고, 전라지방에는 마한의 제국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82년 달빛고속도로라고 불리는 광주와 대구를 잇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전북 남원 월산리에서 가야고분이 처음 발굴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전북의 동부 고원지대인 운봉과 장수 일대에서 가야 고분들이 연이어 발굴되었다. 운봉고원과 진안고원 지대는 섬진강, 금강, 남강 등 주요한 강이 발원하여 사방으로 흘러가는 곳이다. 따라서 고대에 강을 따라 형성된 교통로가 이곳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이 지역과의 연계성에 대해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야본성(伽倻本性):칼과 현’ 전시회에 앞서 가야국의 거점도시를 연결하는 자전거 대회를 개최한 적 있었는데 두락리고분에서 출발해 90㎞ 정도 떨어진 대가야의 수도인 고령군 대가야박물관까지 세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운봉-장수 가야세력들은 지리적으로 대가야와 밀접하게 연결된 위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고분의 수혈식석곽묘(竪穴式石槨墓)는 가야사람들이 많이 애용한 방식인데, 구덩이를 파고 벽에 돌을 쌓아 길쭉한 방을 만들어 그 속에 시신과 장신구, 가야토기, 철제무기와 농구 등의 부장품을 안치하고 뚜껑을 덮어 만든 고분들이다. 또한 두락리 32호분에서는 가야고분 최고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능형문으로 장식된 금동신발이 출토되었는데, 나주나 익산 등지에서 발견되는 백제계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두락리의 한 고분에서 출토된 목걸이, 팔찌 등 장신구의 기법도 백제 무령왕릉의 제품과 유사하다. 두락리 고분에서 나온 동물문양띠가 돌려져 있는 청동거울은 중국 후한대의 것인데 이보다 시기가 늦은 것이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적 있다.
이와같이 이 곳의 토착 세력 무덤에서 가야와 백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출토되면서 5∼6세기 전북 동부 지역의 고대사와 고대문화 연구에 있어 중요한 유적임이 인식되어 호남 지역의 가야 유적으로서는 처음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드디어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전북도는 학계 및 시민과 함께 1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가야문화유산을 새롭게 찾아내고, 조사·연구하고, 그 가치를 밝히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인에게 전북 가야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앞으로 함께 누리고 보존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정받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모름지기 우리도 우리 지역이 고대 역사와 문화를 지닌 세계유산 특별자치도임에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게 된다./이승연(전북문화재 전문위원,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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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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