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전주 얼굴없는 천사'와 뱅크시

얼굴없는천사축제 조직위원회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역사를 기념하는 상징 공간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250-1번지 일원에 조성되며, 6월 준공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노송동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성금을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 그의 나눔은 전주를 대표하는 시민 나눔 문화로 자리잡았다.

'1973년생, 영국 브리스톨 출신. 2008년 데이비드 존스로 개명한 원래 이름은 로빈 거닝엄'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Banksy) 의 정체라며 드러난 내용이다. 뉴욕포스트,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그라피티 예술가인 로빈 거닝엄이 뱅크시라며 그의 인적사항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의 핵심 단서는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키이우 인근 호렌카 마을에서 발견된 벽화다.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에 그려진 작품을 두고, 목격자들은 마스크를 쓴 남성 2명이 스텐실 기법으로 짧은 시간에 작업했으며, 한쪽 팔이 없고 의족을 착용한 남성이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인물은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자일스 둘리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든 인적 사항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뱅크시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텐실 기법의 그라피티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다. 이번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익명성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편지가 나왔다. A4 용지에 컴퓨터로 입력해 인쇄한 글이었다.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들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편지 말미에는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추신이 붙어 있었다. (그분이) 어머님이 물려주신 유산을 성금에 보탠 것 같다.

돈이 든 박스를 놓고 간 사람을 본 주민도 있었다. 세탁소 맞은편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장모씨는 "검은색 SUV 차량이 공터 앞에 멈췄는데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 종이 박스 1개를 내려놓았다"며 "휴대전화로 통화하더니 금세 차를 타고 떠나 자세히 볼 틈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천사의 기부금마저 욕심을 낸 절도범 때문에 하마터면 천사의 선행이 외형적으로 끊어질 뻔한 아찔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노송동 주민들에게 그는 이제 단순한 기부자를 넘어 마을의 자부심이자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주민들은 ‘1004(천사)’를 떠올리게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작은 축제를 열고 그의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이 익명의 선행은 지역 공동체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릅답게 만드는 참사랍입니다. 사랑합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전주시가 제작한 표지석은 높이 1.2m, 너비 1.4m 크기의 오석(烏石)에 송하진 전주시장이 2009년 12월 직접 붓글씨로 글을 썼다.

시는 '얼굴 없는 천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잠시 중단했던 기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목소리를 통해 얼굴없는 천사는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누구는 조폭 출신으로 잘못 산 것을 후회하면서 돈을 내놓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기념관을 새로 짓는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건립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앞으로도 기념관과 축제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나눔과 기부 문화 확산에 힘쓰길 바란다. 십 수 년 간 소년소녀가장을 도와달라며 정성스레 거액을 기부하는 소식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그동안 기부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의 뒤통수를 부끄럽게 한다. 전주 '얼굴없는 천사'와 또 뱅크시가 누구인지 찾으려 애쓰지 말고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판단하도록 하라. '드러남'과 '들어냄'의 차이는 간이천리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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