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판소리 그리고 BTS와 데몬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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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1일 단체 결석? 그 이유는 다름 아닌 4,000km 넘게 떨어진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광장 BTS 공연 때문입니다" 어느 방송 진행자의 흥분된 어조였다. 인터넷 플랫폼 Netflix가 BTS 광화문광장 공연 실황을 세계에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그 소식을 인도의 학생들이 듣고서 집단 결석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에 대한 대책 일환으로, 학부모에게 보낸 긴급 통지문 내용으로 생긴 앵커의 반응이다.

K-POP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오스카 2관왕을 차지했다. 주제가 Golden을 작곡하고 부른 이재(본명 김은재)는, ”이 곡은 성공이 아닌 회복에 관한 노래“‘라며 ”어린 시절 사람들은 K-POP을 좋아하는 저를 놀렸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자랑스럽다. 대중적이지 못한 판소리 음악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바로 그 시상식장 무대에 울려 퍼지는 판소리와 사물놀이 가락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대스타들이 K-POP 응원봉을 흔들어대며 환호했다.

판소리는 공삭은 소리를 좋은 소리로 친다. 굵고 단단한 근육이 성대에 생겨야 낼 수 있는 소리이다. 성대에 상처가 나고 아물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굵고 단단한 근육이 생긴다. 이를테면 성대에 굳은살이 만들어져야 나오는 소리이다. 마치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새 에너지를 얻는 발효 작용과 흡사하다. 김치와 된장, 간장, 식초도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처럼, 소리도 곰삭아야 깊은 소리를 낸다.

판소리는 한민족 정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생기고 자랐다. 한때 목청 큰 서양음악에 밀려 명맥만 유지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만있지만은 않았다. 끊임없이 억압에 저항했다. 억압을 이겨내려 해학으로 맞섰다. 지역과 시대마다 같은 듯, 다른 숨을 쉬었다. 공동체의 고통을 대신해 주는 은유로 맞섰다.

요즈음 K-POP은 다르다. 마치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전혀 다른 에너지가 되듯,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조선 후기 동리정사에서, 신재효 선생이 마련한 판소리 4대 범례(인물. 사설. 득음. 너름새)를 기반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리듬과 가사와 몸짓에 세련된 사운드를 입혀, 세계인의 가슴 울린다. 주먹을 불끈 쥐게도 하고 하늘을 날아가게도 한다.

판소리는 누가 뭐래도 호남의 소리이다. 전라도 사투리가 소리의 제맛을 만든다. 앞서 얘기했듯이 판소리는 K-POP의 뿌리이다. 오늘날에도 신재효 선생의 업적이 살아 숨 쉰다. 또 호남은 K-민주주의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다. 그다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있다. 문화적 코드가 다양하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약간의 서사만을 입혀도 세계를 열광시킬만한 발효 작용을 일으킨다.

BTS가 1960년대의 비틀즈를 능가한다고 한다. 그들의 1회 공연의 효과는 약 1조 2천억 원이라고 한다. 케데헌 효과는 어떤가. 영화에 등장한 대중목욕탕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한복, 김밥, 라면, 순대, 국밥 등 한국 음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성지 순례라 이름 지어져서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처럼,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들까지도 산업이 되었다. 역사도 산업이 된다. 손이 덜 탄 자연은 말할 것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산업으로 일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갖가지 명분으로 자연을 파헤치는 개발을 뒤따라 하곤 한다. 시설을 만들고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는 것을 발전이라 한다. 재앙을 불러오기 십상인데도 간과하고 만다. 성경에 따르면, 흙은 사람이다. 흙은 생명이다. 다행하게도 우리 지역의 자연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BTS의 성공은 프로듀서가 믿어주고 참아준 결과이다. 전북은 어차피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게 관심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에게 지원을, 서사를 입혀보면 어떨까. 조금 어렵더라도, 더디 가더라도, 머리를 맞대보면 어떨까.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듯이 기다려보면 어떨까.

/이성수(소설가·(주)천일엔지니어링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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